두산중공업과 새롭게 자회사가 된 두산퓨얼셀이 함께 수소 관련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은 두 회사가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두산퓨얼셀 수소 확장, 박지원 두산중공업과 시너지 창출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8일 두산퓨얼셀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제작 및 장기 유지보수계약(LTSA) 등 다운스트림사업을 넘어 장기적으로 수소 밸류체인 전체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건을 승인받는다.

새롭에 추가되는 사업들은 수소생산시설 설치 및 운영, 수소연료 생산 등 수소 밸류체인의 업스트림사업과 수소연료공급시설 설치 및 운영, 수소연료 공급 및 판매 등 미드스트림사업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도 있다. 이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기 위한 사업목적 추가로 풀이된다.

두산퓨얼셀 관계자는 “정관에 추가되는 사업들을 당장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수소시장의 변화가 빠른 만큼 장기적으로 신사업의 기회가 왔을 때 빠르게 잡기 위해 미래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고 말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두산퓨얼셀이 수소 관련 신사업들을 추진할 때 모회사 두산중공업의 역량에 상당 부분 의지하게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나 수소 관련 설비의 설치 및 운영은 대규모 공사가 필요한 사업들이다. 두산퓨얼셀이 직접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외부에 맡기게 될 공산이 크다.

이 사업들의 EPC(일괄도급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건설사업 역량과 에너지사업 역량을 모두 보유해야 한다. 이런 회사는 소수에 불과하며 그 소수의 회사들 가운데 하나가 두산중공업이다.

박지원 회장은 수소사업에서 두산중공업과 두산퓨얼셀이 장기적으로 시너지효과를 내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두산퓨얼셀의 정관 변경은 두산중공업과 시너지를 위한 박 회장의 ’밑그림’일 수 있다는 얘기다.

두산그룹 계열사들 가운데 두산퓨얼셀의 수소연료전지사업이 수소시장의 개화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지만 두산중공업도 수소시장에 발을 맞추기 위해 준비해왔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4월 창원시와 손잡고 액화수소를 하루 0.5톤 생산하는 수소 액화플랜트의 실증사업에 들어갔다. 이 실증사업은 두산중공업이 2020년 11월 하루 5톤의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수소 액화플랜트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수소는 영하 253도의 극저온에서 액화한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와 비교해 부피가 800분의 1에 그쳐 저장과 운송 등 미드스트림사업을 진행하는 데도 용이하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2월 600톤급의 대형 인쇄회로기판형 열교환기를 제작하기 위한 고온 프레스(핫프레스)도 설치했다. 

열교환기는 발전설비 가운데 하나로 2개 이상의 유체(액체와 기체) 사이에서 유체를 냉각하거나 가열할 수 있도록 열을 교환하는 장치다. 인쇄회로기판형 열교환기는 기존 전열관식 열교환비의 10분의 1 크기로 제작할 수 있어 발전효율을 9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수소충전소용 인쇄회로기판형 열교환기의 시제품을 수주했으며 현재 후속 프로젝트용 열교환기 공급을 준비하는 등 열교환기의 쓰임새를 발전소에서 충전소로 확대하고 있다.

박 회장은 두산중공업이 수소 관련 대규모 설비를 만들면 두산퓨얼셀이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가 낼 시너지효과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두산퓨얼셀은 원래 그룹 지주사 격인 두산의 자회사였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진행된 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 무상양도에 따라 두산중공업이 새롭게 최대주주가 됐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두산퓨얼셀 지분 15.59%를 보유하고 있다. 특별관계자까지 포함한 전체 보유 지분은 37.66%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가 두산퓨얼셀 보유지분을 두산중공업에 넘길 당시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자산이 확대되는 재무구조 개선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단순한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넘어 두산퓨얼셀과 사업적 시너지도 창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새로운 자회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박 회장의 고민이 조금씩 사업전략으로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