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지원해 주기로 한 1조 원을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지면서 1조 원을 지원한 뒤 책임론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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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본 뒤 1조 원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2일 “대우조선해양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던 자금 가운데 1조 원을 언제 집행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0월 확정한 신규대출 3조2천억 원과 유상증자 1조 원 등 4조2천억 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 가운데 1조 원(신규대출 4천억 원, 유상증자 6천억 원)을 아직 집행하지 않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국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유동성을 넣을 수 없다는 대원칙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직 집행하지 않은 1조 원 외에 추가자금지원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조 원은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동앗줄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에 1조 원을 지원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회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총대를 메고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한 후폭풍을 단단히 겪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로 국민혈세를 집어넣은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런 만큼 1조 원 지원을 약속했고 대우조선해양이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이유만으로 덜렁 1조 원을 넣어주기에 부담이 크다.
산업은행으로서 대우조선해양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보증수표'가 있어야 1조 원 지원약속을 마음 편하게 이행할 수 있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산업은행이 1조 원 지원의 시기를 못박지 않는 점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규모 감원과 자산매각을 압박해 대우조선해양이 1조 원만 있으면 생존할 수 있는 명분을 축적할 때까지 지원을 미룰 공산이 크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수주가뭄에도 수주잔량에 힘입어 올해 흑자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인력감축 계획을 조기에 가동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11일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유동성 부족으로 추가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생존을 위해서 더욱 강력한 인력 구조조정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힌 점도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위한 명분이 필요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이 1조 원을 지원해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위기가 계속되면 혈세를 낭비했다는 책임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이 인력감축 규모를 늘리는 등 남은 1조 원을 집행할 명분을 쌓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