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경제민주화 법안이 통과되면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정 부회장이 지분을 대거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진니어링의 기업가치를 대폭 올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20대 국회에 발의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주요 내용은 △지주회사 전환 인센티브 축소 △기존 순환출자 금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보험사 자산운용비율 시가평가 산정 등이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 인센티브 축소와 기존 순환출자 금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지주회사체제가 아닌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편을 촉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민주화 법안이 통과되면 현대차그룹도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거나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순환출자만 해소하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든 상속세 납부로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는 점이라고 김 연구원은 파악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단독으로 상속받을 경우 상속자산은 5조5088억 원이며 상속세 부담액은 2조7319억 원에 이른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엔지니어링 등 지배구조와 무관한 계열사의 지분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거나 상속받을 수 있는 이 세 계열사 지분의 가치는 모두 3조3천억 원가량으로 파악된다.
정 부회장은 이 세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 세개의 순환출자고리이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세 개의 순환출자고리에 엮어 있어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어느 고리를 끊든 6조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1%(6조4천억 원)을 지배주주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등과 교환할 경우 지배주주는 양도차익과세를 반영해 3조 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이 만약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경우 정 부회장은 새로 설립되는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도 안게 된다.
김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 세 계열사를 인적분할해 통합 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지배주주의 지분율은 12.3%로 높지 않다”며 “특히 정의선 부회장 지분은 2.7%에 불과해 추가적인 지배력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라는 두 과제를 더욱 쉽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가 올라야 한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23.3%, 1조2847억 원)과 현대엔지니어링 지분(11.7%, 5270억 원)이 승계자금줄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어떤 지배구조 개편을 선택하든 순환출자 해소 유예기간 3년과 지주회사 전환 유예기간 4년을 최대한 활용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올려 정 부회장의 자금여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