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다.’
재계에 대형 이슈들이 잇따르면서 재계 순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순위와 무관하게 악재에 휘청하는 모습도 보여 격세지감을 실감하게 하는 그룹들도 눈에 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월20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롯데그룹은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자산총계에서 계열사 93곳, 자산총액 103조3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재계 서열 5위에 올랐고 그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 계열사는 2배 이상, 자산은 재계 4위인 LG그룹을 바짝 뒤쫓았다. 이런 기세가 이어질 경우 LG그룹을 제치고 4위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시작해 비자금 수사로 검찰의 칼 끝에 서면서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마저 흔들리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롯데그룹 위상이 현재보다 추락할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지만 사업 전반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어서 현재로서 재계 4위를 넘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재계 순위는 외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청와대의 기업 초청 만찬 등과 같은 공식행사에서도 재계 순위에 따라 의전 서열이 결정된다. 기업 역사가 오래됐다 해도 현재 형편이 좋지 않으면 자존심이 깎일 수밖에 없다.
올해 기업 구조조정 등 재계에 굵직한 이슈가 많아 현재의 재계 서열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돼 있다.
순위 하락이 기정사실화한 곳은 현대그룹과 한진그룹이 꼽힌다. 현대그룹은 한때 재계 서열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해운업 구조조정 회오리를 겪으며 자산규모 2조7천억 원대의 중견그룹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현대증권 매각, 올해 현대상선 자율협약으로 주력 계열사들이 그룹에서 줄줄이 빠졌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등 계열사도 10곳에 불과하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취임할 당시인 2003년 재계 서열 15위에서 2015년 기준 29위(공기업 포함)까지 떨어졌는데 앞으로 30위권 밖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한진그룹은 2014년 재계 서열에서 한화그룹과 자리바꿈을 했다.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산 계열사 4곳을 사들이는 빅딜을 성사시키며 재계 서열 9위로 올라서면서 한진그룹은 10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한진해운까지 계열분리로 떨어져나갈 경우 한진그룹 재계순위는 현재 11위에서 2계단이 더 떨어져 13위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과 함께 국적항공사의 양날개를 책임져온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재계 순위 변동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점쳐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자산총계는 현재 약 15조 원으로 추산된다.
금호타이어 지분 인수를 통해 박삼구 회장이 그룹 재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결과에 따라 재계 순위가 바뀔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공정위 지정 49개 대기업집단 순위는 17위였으나 올해는 20위로 떨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 자산가치 2조 원이었던 대한통운을 인수한 뒤 한때 재계 순위가 7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월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을 모아 놓고 ‘서든 데스’(Sudden death)라는 표현을 써가며 기업이 언제든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때 잘나가던 기업 혹은 경영자도 발을 헛딛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2000년대 자산 기준 재계 서열 17위 그룹의 총수였다. 현 전 회장은 19일 법원으로부터 개인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그는 현재 채무가 약 3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파산 절차가 끝나면 완전한 빈털터리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