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광복절 특사 사면은 한국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등 노력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KB증권 임원의 분석이 나왔다.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 복권이 한국 재벌 3세대 오너의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강화 노력에 중요한 상징성을 띠고 있다는 KB증권 임원의 분석이 나왔다.
선대 회장들이 한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그룹 성장을 이끌었던 것과 달리 3세대 오너들은 글로벌 감각과 경영 능력을 앞세워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니케이아시아는 2일 김신 KB증권 국제영업본부장의 기고문을 통해 “한국 재벌 후계자들은 선대 재벌 오너들과 완전히 다른 정치적 및 사업적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재벌 오너가 한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해외 진출 등 사업 확장에 도움을 받았던 것과 달리 후계자들은 스스로 능력을 증명해야만 하는 시험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이런 기조가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시도 이후 뚜렷해졌다며 한국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재벌기업과 한국 정부 사이의 긴밀한 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바라봤다.
이재용 부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복권되며 삼성전자 경영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게 된 점이 이런 변화를 더 확실하게 상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본부장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뒤 시도한 새 전략이 현금배당 등 주주환원 규모를 대폭 확대한 것이었다는 데 주목했다.
이 부회장과 같은 재벌그룹 후계자들이 대체로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기조를 앞세우는 이유는 한국의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이들이 핵심 계열사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 지배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으로 꼽혔다.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우호적 여론을 업어야만 향후 경영상 의사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요 재벌기업에서 정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프라 등 사업 분야를 축소하고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IT플랫폼 등 신사업을 강화하는 점도 3세대 재벌 오너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뒤 한국 산업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로 분석됐다.
김 본부장은 특히 삼성을 비롯한 재벌그룹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을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긍정적 추세로 평가했다.
주요 재벌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본격화하고 친환경과 사회 공헌을 포함한 ESG경영에 힘을 실으면서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감각을 갖춘 재벌그룹 후계자들의 지배구조 개혁은 한국에서 오래도록 기다려졌던 변화”라며 “수십년 동안 자리잡아 왔던 큰 약점을 해소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이 부회장의 복권이 재벌 3세대 오너의 지배구조 개선 등 ESG경영 강화에 잠재적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정경유착의 시대를 마감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재벌기업 오너들이 잇따라 정경유착과 관련된 불법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아 감옥에 수감된 '흑역사'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본부장은 윤석열 정부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압박이 커질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일반 시민들과 주주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 환원 등 노력을 강조하는 기조가 뚜렷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니케이아시아에 기고문을 낸 김신 본부장은 다양한 영문 매체에 한국의 정치 및 경제 상황과 관련해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내용의 글을 쓰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