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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줄타기’ 원치 않아, 미국 투자부담 커져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1-10-0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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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수도 있다.

미국 상무부가 글로벌 반도체회사들의 영업기밀을 손에 쥔 뒤 투자 확대를 종용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두 회사가 이를 피해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줄타기’ 원치 않아, 미국 투자부담 커져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사장.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사업 정보 제출 요구와 관련해 당분간 검토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다른 글로벌기업들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정보 제출 여부나 수위를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사안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 상무부가 요구한 정보의 위험 수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앞서 9월24일 미국 상무부 기술평가국은 관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하기 위한 14개 문항의 설문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설문에는 주문량이 많은 제품, 평균 재고 및 현재 재고 상황, 제품별 3대 고객사와 매출 비중, 원자재 구매 현황, 설비 증설계획 등 영업상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중국 반도체산업을 완전히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시선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이번 설문으로 어떤 반도체 제조사가 중국에 얼마만큼의 반도체를 판매하는지, 또는 중국에서 얼마만큼의 반도체를 생산하는지 등 중국 의존도를 파악할 수 있다”며 “설문에 응답하는 회사는 수주 및 판매계약이나 투자결정 등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입김을 거스를 수 없게 되는 셈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은 이미 산업계나 경제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사업 무대라는 점, 한국과 미국의 외교관계 등을 폭넓게 고려할 때 두 회사가 미국 정부의 정보 제출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정부가 두 회사에 중국과 관계 단절을 직접적으로 압박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종용하면서 간접적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에서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부지 선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텍사스주 테일러가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투자는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회사인 대만 TSMC는 앞서 6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1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공장 건설에 착공했다. 앞으로 공장을 최대 6기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인텔은 3월 파운드리사업 재진입을 선언하면서 2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파운드리공장을 2기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와 함께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공장의 증설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전체 매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2019년 24.9%, 2020년 26.3%, 2021년 상반기 29.4%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 매출이 처음으로 미주지역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 정부로서는 삼성전자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도 중국에 반도체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법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량을 현재 계획보다 더 확대하고자 한다면 TSMC와 인텔보다는 삼성전자를 먼저 주시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SK하이닉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가 세계 각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주요 생산설비가 국내와 중국으로만 이원화돼 있다.

미국에서 1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규모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 생산량 확대와 직결되는 투자도 아니다.

심지어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국내 청주에서 운영하는 공장의 설비를 중국 우시 공장으로 이전해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반도체 부족이 가장 부각되는 8인치 웨이퍼 기반의 파운드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로서는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파운드리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번 상무부 설문조사는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회사들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그만두고 미국의 편에 서라는 경고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에 정보 제출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기에는 여유가 많지 않아 보인다. 상무부 설문조사의 응답기한은 11월8일로 마감이 멀지 않다.

상무부는 정보 제출을 놓고 ‘기업의 자발적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도체업계에서는 이 설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미국에는 안보를 저해하는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의 의사결정을 강제하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이 있어서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9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기업이 정보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를 강제할 수단도 있다”며 “우리(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제적 수단을 쓰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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