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국회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야당을 중심으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움직임에 대응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
|
|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정 위원장은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공정위 업무보고를 하면서 “전속고발제를 완전히 폐지하면 경쟁사를 고소 및 고발하는 사례가 늘어나 많은 중소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대신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을 추가하는 방안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 논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검찰과 감사원, 중소기업청, 조달청이 요청할 경우 공정위가 검찰에 의무적으로 고발하도록 하는 의무고발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앞으로 요청가능 기관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전속고발제 폐지 움직임에 전면적으로 반발하기보다 취지를 일부 수용하는 쪽으로 대응해 전속고발권을 지키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 그 뒤 올해 초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수를 늘리는 등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찾겠다”며 한발 물러섰고 15일 이런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공정위가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최근 특검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속고발권의 폐지를 막기 위해 현실적인 방어에 나선 셈이다.
공정위가 스스로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관련 법안을 두고 공방을 벌여온 여야가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다소 높아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위가 내놓은 방향을 기준으로 전속고발권 폐지에 찬성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진영이 서로 절충안을 찾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찮아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월초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경제권력과 이를 감독하는 기관이 결탁하는 고리로 작용했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4당의 원내수석부대표와 정무위원회 간사들은 지난 10일 회의를 열고 여러 경제민주화법안의 처리를 논의했지만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
|
|
▲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전속고발권의 폐지 등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정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의원실 관계자는 “합리적인 선에서 공정위나 다른 의원 등과 개정 내용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원칙”이라며 “다만 공정위가 어떤 기관을 고발 요청기관으로 포함시킬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15일 앞으로 추가를 검토할 고발요청 기관을 두고 “의사결정의 신뢰성과 공익성이 담보되는 법정단체”라는 단서를 달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단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고발요청 기관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내놓은 계획이 실효성이 없다며 전속고발권 폐지를 강경하게 요구하는 의견도 있어 법안통과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또다른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공정위의 제안은 입지가 축소되면서 내놓은 ‘궁여지책‘”이라며 “전속고발권 폐지를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