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연습생 '노예계약' 막을 표준전속계약서 만든다  
▲ 지난 1월21일 열린 엠넷 '프로듀스 101' 제작발표회에서 프로듀스101 연습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연예기획사 연습생에 대한 표준전속계약서 마련을 검토하기로 했다.

연예기획사 연습생은 그동안 표준전속계약서가 적용되지 않아 노예계약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소속사와 연습생 사이에도 표준전속계약서를 마련해야 한다’는 김성원 새누리당 의원의 요구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연예인 표준전속계약서는 소속사와 연예인의 이른바 ‘노예계약’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2009년 7월 만들어졌다. 표준전속계약서는 연기자의 경우 7년 안에서 계약기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가수는 계약기간 제한은 두지 않았지만 7년이 지나면 해지가 쉽도록 했다.

하지만 연습생들은 표준전속계약서 대상에서 제외돼 여전히 노예계약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연예기획사의 18.2%가 연습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예기획사 3곳 가운데 2곳만이 연습생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는 별도의 계약서도 없이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었다.

계약을 한 곳마저도 평균 계약기간이 3년 5개월에 이르는 데다 5년 이상 연습생 계약을 체결했다고 답한 비중도 41.4%에 이르렀다. 특히 연습생 가운데 30%가량이 미성년자로 드러나 더욱 문제가 됐다.

연습생 계약기간이 길수록 데뷔 여부와 상관없이 소속사에 묶여 있어야 하는 기간이 길다는 것을 뜻한다. 연습생 계약서는 연예계 지망생들의 데뷔를 법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소속사는 연습생이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연습생 계약서를 체결한다. 이 때 소속사의 의무를 상세히 기술하지 않거나 계약기간을 명시하지 않는 등 불공정한 계약서를 쓰곤 한다. 기간을 정하되 기산점을 첫번째 음반 발매일로 하는 등 사실상 기약없는 계약을 하는 것이다.

  연예기획사 연습생 '노예계약' 막을 표준전속계약서 만든다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케이블채널 엠넷에서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101’에 출연했던 연습생들의 경우 이런 이유로 잇달아 소속사와 분쟁을 벌였다. 이해인씨와 이수현씨는 전 소속사 SS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가 5월24일 합의했다. 프로듀스101이 작성한 계약서에는 ‘출연료 0원’ 조항이 들어가 있어 논란을 낳기도 했다.

김병욱 의원은 “연예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어쩔 수 없이 불평등한 계약을 맺고 있다”며 “공정위가 상세한 실태조사를 통해 연습생 표준전속계약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표준전속계약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김영진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회장은 “표준전속계약서는 상식적이고 건전하게 유지되는 계약 관계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기획사들의 투자의욕을 상실시켜 연예산업 전체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우리 업계는 특수해서 어쩔 수 없어’ 타령이 노동을 왜소하게 만든다”며 “노동의 원칙이 뿌리내려야 산업의 특수성도 빛날 수 있는데 업계 종사자와 연예계 지망생의 자부심을 착취해서 연명하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