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득이 많을수록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아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대기업에 공제감면 혜택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이 외국에 내는 세금도 고려해야 한다며 오히려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권이 법인세 인상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정부가 뜻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대기업이 공제감면 절반 싹쓸이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대기업 법인세가 정체돼 부족한 세수를 중소기업이 메워왔다”며 “법인세를 정상화하고 미래 수요에 대비한 재정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
김 의원이 제시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기업집단의 법인세 납부액은 15조5842억 원에서 15조6737억 원으로 0.5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중견기업은 15조6019억 원에서 16조2754억 원으로 4.32%, 중소기업은 6조7758억 원에서 7조8213억 원으로 15.43%가 늘어났다.
국회예산정책처도 기업소득이 1천억 원을 넘으면 소득이 많을수록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아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예산정책처가 8월30일 발간한 ‘경제동향과 이슈’의 ‘법인세 실효세율의 측정방식과 현황’에 따르면 2014년 과표구간 1천억 원 초과 5천억 원 이하 기업들은 실효세율이 18.7%로 500억 원 이상 1천억 원 이하 기업보다 오히려 낮았다. 5천억 원 초과 기업은 이보다도 낮은 16.4%였다.
현행 법인세 명목세율은 과표구간이 커질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실효세율은 오히려 그 반대인 셈이다.
이런 실효세율의 역전현상은 공제감면이 대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9만 개 법인들의 세액감면액 46조5167억 원 가운데 소득 상위 10대 기업의 세액 감면금액은 20조4337억 원으로 44%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4조6062억 원을 공제받아 0.0017%의 기업이 세액감면액의 절반가량인 47.%를 공제받았다.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차이가 드러나면서 시민단체들은 공제감면이 대기업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은 “공제감면을 추가적으로 대폭 축소할 경우 연간 2조∼3조 원의 세수확대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신성장산업 연구개발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변동이 없지만 대기업은 현재 20%에서 최대 30%로 상향조정됐다”고 비판했다.
◆ 정부 “법인세 충분”, 야권과 대립각
정부는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세금은 낮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정책처의 분석결과에서 법인세의 실효세율이 낮은 것은 외국납부세액공제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
|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외국납부세액공제는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외국에서 납부한 세금을 일정비율로 공제해주는 제도다. 전체 법인세 세액공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파르게 늘어나 2014년에는 전체 공제액의 37.8%를 차지했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외국 정부에 낸 세금도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이라며 “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이 낮다고 하는 것은 외국납세액공제가 갖는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외국에 낸 세금도 실효세율 고려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국내 과세기관의 입장에서는 국내 납부세액이 중요하므로 외국납부세액을 고려하지 않고 실효세율을 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기재부는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외국납부세액의 이월공제 기간을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난관이 예상된다.
더민주는 19대 국회에서 외국납부세액의 이월공제 기간을 3년으로 줄이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20대 국회 들어 아직 관련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지만 야권이 법인세 인상 법안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공제감면을 놓고도 정부여당과 첨예한 대립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언주 더민주 의원은 5일 “세액공제의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돼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낮추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며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대기업집단을 제외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김두관 더민주 의원도 “극소수의 대기업들이 공제감면세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은 대기업 위주의 세액감면 세제에 기인한 것”이라며 “대기업 위주의 법인세 공제감면 비율을 대폭 조정하고 중소기업의 공제감면 비율을 높이기 위한 세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