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LG그룹, SK그룹이 바이오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바이오사업은 ‘생’ 혹은 ‘생명’을 뜻하는 접두어 bio를 딴 것이다. 분야도 넓고 성과를 내기까지 막대한 돈과 시간이 요구돼 오너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재용 부회장과 구본무 회장, 최태원 회장은 바이오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며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선점 전략과 우선 순위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 |
최근 바이오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인 곳은 LG그룹이다. 바이오 신약개발을 담당해온 LG생명과학이 LG화학에 흡수합병되면서 공격적인 사업확대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업계는 LG그룹이 바이오사업 확대를 결단한 데는 구본무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뒤처질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결정이라는 것이다.
LG화학은 현금창출력이 높은 그룹 내 최우량 계열사다. LG생명과학은 15년 만에 LG화학의 품에 안기면서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바이오사업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LG화학은 올해 4월 농화학기업인 팜한농을 동부그룹으로부터 인수한 데 이어 LG생명과학과 합병을 계기로 헬스케어와 바이오신약 제품 생산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2025년 전체매출에서 바이오사업의 비중을 현재 17조 원대에서 50조 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바이오사업은 국내외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꼽는 분야다. 기존 제조업에서 성장성이 둔화되면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바이오시장은 2015년 기준 1500조 원 수준에서 2020년 1800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은 첨단기술과 의료기술을 융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바이오산업의 분야가 워낙 넓어 선점전략과 우선순위를 들여다보면 차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은 흔히 그린바이오(식량‧자원 분야), 화이트바이오(환경‧에너지 분야), 레드바이오(헬스케어‧바이오신약 분야)로 나뉜다.
LG화학의 경우 기존 사업에서 주력해온 화이트바이오에 더해 팜한농을 통한 그린바이오, LG생명과학을 통한 레드바이오에서 성장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산업에서 '3색'의 전방위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반면 삼성그룹은 레드바이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을,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그룹 역시 바이오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1월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예상 공모금액은 약 3조 원이다. 막대한 자금을 생산시설 확대에 집중 투자하게 된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선택과 집중’ 기조를 이어오고 있는데 바이오사업도 이른바 ‘이재용 사업’으로 단연 손꼽힌다.
삼성그룹의 바이오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각각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다. 삼성그룹이 최근 비핵심자산을 정리하면서 수조 원대 자금을 확보하면서 바이오사업 확대 가능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그룹의 경우 신약 개발 등 레드바이오에서 한발 앞선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제약 계열사인 SK바이오팜은 올해 흑자전환을 이루고 사전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은 지주사 SK에서 2011년 물적분할돼 설립됐으며 신약 연구개발에 주력해왔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까지 영업적자 행진을 이어오다 올해 상반기 15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수년간 공들여온 신약개발에서 비로소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SK바이오팜은 49% 이하의 지분을 재무적 투자자 등에 넘기는 방식으로 사전기업공개를 진행한 뒤 2018년 기업공개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기업공개를 통해 최대 1조 원의 자금을 마련해 중소바이오 기업 인수합병 등을 포함해 바이오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최태원 회장은 일찌감치 바이오사업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SK바이오팜에서 분할된 신약 생산판매 회사인 SK바이오텍을 올해 초 지주사 SK의 자회사로 올린 것도 인수합병에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