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을 그만두고 오너의 경영권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 제역할을 할 수 있게 될까?
지난해 30대그룹 계열사 사외이사의 안건찬성률은 99.6%에 그쳤다. 모두 4001건 가운데 17건에 대해서 사외이사가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한마디로 유명무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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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
25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경제민주화 입법과제의 하나로 사외이사 선임제도에 칼을 대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기업의 이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민주가 입법과제로 삼은 독립적 사외이사 선출방안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7월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도 있는 내용이다.
김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은 사외이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내용이 사외이사 재직연한을 6년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사외이사로 오래 재직할 경우 독립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계열사 이사까지 포함하면 30대그룹 계열사 사외이사 가운데 20% 이상이 물갈이된다.
개정안은 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해 최대주주가 사외이사 선임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했다.
대신 소액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이 사외이사 후보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는 소액주주나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후보자 각 1명을 반드시 사외이사 후보에 포함해야 한다.
주주나 직원들이 지목한 인물이 경영진의 뜻과 다르더라도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여기에 개정안에 포함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가 결합될 경우 사외이사 선임이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뜻대로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이사회를 거수기로만 채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한 주당 선임하는 이사의 숫자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원하는 후보에게 몰표를 행사할 수 있어 표결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자투표제는 주총에 참가하지 않아도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개정안은 소액주주가 집중투표제를 요청하는 경우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없도록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전자투표제도 일정 주주수 이상의 상장회사에서 단계적으로 도입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외에 개정안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았다. 감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김종인 대표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더민주 입법과제에 포함된 내용 가운데 노동이사제 도입도 기업의 이사회 운영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로 독일과 스웨덴, 프랑스 등 OECD에 가입한 유럽 18개 나라에서 이미 시행한 선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서울시가 10월부터 15개 산하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이사제가 노사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경영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경영효율성이 떨어지고 노동 경직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