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유통3사 스레드 대응, 신동빈 정용진 정지선 성향 따라 모습 달라

▲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에게 메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는 기회의 장이다. 사람들이 알아서 모인다는 점만으로도 유통업계에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왼쪽부터 롯데웰푸드 스레드 공식 계정, 신세계인터내셔날 스레드 공식 계정, 더현대서울 공식 계정. <스레드 화면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메타가 트위터를 겨냥해 내놓은 텍스트 중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가 큰 화제입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뒤 존재한 모든 SNS를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입자 1억 명을 모았다는 사실 덕분에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계속 스레드로 모이고 있습니다.

이 열풍에 유통업체가 빠지면 섭섭하죠.

유통가는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는’ 대표적 업종입니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와 상품을 들여와도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 눈에 띄는 이색 이벤트와 팝업스토어를 종종 여는 이유는 모두 이 때문입니다.

스레드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사실은 유통가에 큰 호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5일 만에 1억 명의 사람들이 제 발로 찾은 SNS’는 유통가에 기회의 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3사는 스레드 열풍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결과부터 말하면 유통3사는 스레드에 아직 신중합니다. 스레드에 공식 계정을 열었더라도 소식을 전하지 않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의 움직임을 가만히 살펴보면 미세한 차별점도 보입니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우선 현재까지 패션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백화점 김해점이 스레드 공식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이마트 계열사로는 스타벅스가 계정을 개설했는데 벌써 팔로워 1만4천 명을 모았습니다.

반면 롯데그룹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해 만들어진 회사 롯데웰푸드가 스레드에 계정을 만든 유일한 회사입니다.

롯데웰푸드는 ‘가벼운 소통’을 지향하는 스레드의 특성에 맞춰 계정을 ‘스윗스타그램’과 ‘푸드스타그램’으로 나누고 두 계정의 운영 직급이 낮은 사원에게 맡겨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두 계정의 팔로워 수는 아직 2500명가량입니다.

두 그룹의 스레드 운영을 놓고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성향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SNS를 자주 이용하는 재벌 오너로 유명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팔로워 수가 80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죠. 2021년 상반기 초 국내외에서 크게 유행했던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도 자주 등장했을 정도로 그의 SNS 사랑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스레드 출시 이후에도 공식 계정을 누구보다 발 빠르게 열었습니다.

정 부회장은 첫 게시글로 ‘이거 뭐야’라는 글을 올렸고 여태껏 9건의 스레드를 작성했습니다. 그의 첫 게시글에는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이 답글을 달기도 했죠.

인스타그램에서 그를 팔로워하던 사람들은 정 부회장의 스레드 계정 오픈에 맞춰 ‘스팔(스레드 팔로우)’해달라는 답글을 달기도 했고 이에 정 부회장의 팔로워 수는 벌써 1만4천 명을 넘었습니다.
 
[백브리핑] 유통3사 스레드 대응, 신동빈 정용진 정지선 성향 따라 모습 달라

▲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의 스레드 대응은 각 총수들의 성향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반면 신동빈 회장은 SNS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배상민 전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장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온 적은 있지만 신 회장이 직접 운영하는 SNS 계정은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유통업계 맞수로 통하는 이들의 SNS 관심이 다르다보니 각 그룹의 스레드 대응 속도에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 스레드 이용자들의 시각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스레드 대응에서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성향이 드러납니다.

정지선 회장 역시 SNS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주요 그룹 총수로서 여러 대외 자리에 모습을 비추는 신동빈 회장과 달리 정 회장은 공개 행보도 거의 없는 편이죠. 정 회장을 ‘은둔의 오너경영인’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외부 시각과 달리 내부에서는 소통도 잘 하고 임직원들과 친근하게 어울리리 위해 자주 노력한다고 합니다. 가끔 임직원들과 만날 때가 있으면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잘 웃기도 한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정 회장은 어떤 결정을 할 때마다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인수합병을 할 때도, 새 사업에 진출할 때도 요란하게 새 소식을 알린 적이 거의 없습니다.

스레드 대응도 이와 같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더현대서울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등 일부 사업을 중심으로 공식 계정을 열었습니다. 게시글을 한 건만 올렸는데 언제든지 사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조용하게 마련해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 회장의 현대백화점그룹은 더현대서울을 중심으로 MZ세대를 모으기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들이 말을 걸어오면 언제든지 대응하겠다는 태세를 갖췄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스레드 공식 계정 운영에 나설지는 모릅니다.

짧은 문장으로 글을 올려야 하고 이용자들과 자주 글을 주고받는 것이 스레드의 특성이라는 점에서 각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쓰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선 사람들이 모였고, 그들이 무엇인가를 계속 얘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유통3사의 대응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네요. 앞으로 며칠 더 지켜보면 유통3사의 스레드 대응 전략도 좀 더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