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어지는 입주에 건설사는 '지체보상금' 입주자는 '연체이자'를 부담해야 해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아파트 입주 지연 사례가 늘면서 건설사와 입주자 모두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지난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최근 시멘트 부족현상이 발생하면서 건설 현장 공정률을 끌어올리지 못해 지체보상금을 줘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입주예정자들은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연체이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공사비 갈등에 더해 시멘트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공정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건설협회가 수도권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3월 이후 154곳의 현장을 조사한 결과 98곳(63.3%)에서 레미콘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공정 중단 및 지연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30위권 이내 건설사 현장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순위 밖 건설사들은 레미콘 수급에 더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레미콘의 원료인 시멘트 공급난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3월 말 기준 시멘트 재고는 65만 톤 수준으로 평상시 120만 톤의 절반 정도로 추산된다. 레미콘 품질 강화와 따뜻한 날씨 등으로 시멘트 수요는 늘어난 반면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 등 여파로 재고 확보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도시정비 조합과 건설사 사이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를 중단하거나 협상을 마치지 못해 건설사가 입주를 막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공정 지연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표적으로 서울 신목동파라곤 아파트는 3월1일 입주가 예정됐지만 단지 입구가 컨테이너박스로 막혔다. 시공사 동양건설산업이 공사비 100억 원 증액을 두고 조합과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공사비 회수 어려움에 더해 지체보상금도 지급해야 할 공산이 커져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사비는 준공 허가가 난 뒤 입주를 해야 잔금을 받을 수 있다. 입주가 미뤄지면 잔금 납부가 유예돼 돈이 들어오는 시기가 미뤄지게 된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은 공공분양과 임대를 합쳐 전국 19곳(5435세대)의 입주가 미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토지주택공사는 서울 강남구 수서역세권(3-1블록) 신혼희망타운 입주 시기를 올해 2월에서 6월로 연기하면서 예비입주자들에게 지체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건설도 힐스테이트 송도더스카이 예비입주자들에게 2024년 2월 예정이었던 입주를 3개월 미룬 5월로 연기하면서 지체보상금을 주겠다고 통보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입주 시기에 맞춰 분양 잔금을 마련하고 이사 계획을 세워둔다. 준공이 늦어져 입주가 늦어진 것에 대한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건설사에게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61조(연체료 및 지체상금 등) 2항에는 사업주체는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정한 입주예정일 내 입주를 시키지 못한 경우 실입주개시 이전에 납부한 입주금에 대해 입주시 입주자에게 제1항에서 정한 연체요류을 적용한 금액을 지체상금으로 지급하거나 주택잔금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불가항력적 이유를 들어 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화물연대·건설노조 파업 등으로 주택 입주가 지연되면 지체보상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2월2일 대표발의 하기도 했다.
다만 입주민의 피해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입주예정자들은 입주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과 별개로 지체보상금의 일종인 연체이자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입주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계약을 포기하거나 잔금 지급을 미루는 데 따른 연체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잔금을 받지 못한 입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1.5~2개월의 입주기간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연체이자를 요구한다. 시중은행 연체이자율을 잔금에 적용해 추가금액을 처벌적으로 부과하는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현 연체이자 금리는 10% 이상으로 추정된다. 입주예정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입주예정자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입주가 지연되는 이유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존 주택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 전세를 주는 것 역시 전셋값 하락에 여의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3.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월 85.1%를 보이다 꾸준히 하락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입주를 하지 못한 이유로는 기존 주택매각 지연(44.4%), 세입자 미확보(33.3%), 잔금대출 미확보(14.3%)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 규제완화로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부동산업계는 아직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고 있다고 바라본다.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 희망 가격 격차가 여전히 커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는 못한다는 분석이 많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대출을 늘리는 등 규제완화에 힘입어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일부 현장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공사 중단 및 입주 지연에 따른 피해로 지체보상금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