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 정기감사를 통해 4나노공정의 수율보고와 자금집행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나노공정의 수율과 관련해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외신보도가 연달아 전해지는 상황에서 나온 정기감사 소식은 수율문제를 둘러싼 의구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삼성전자 내부사정에 밝은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감사는 정기적 절차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기가 미묘해 첨단공정에 대한 의구심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4나노 수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부정적 소문이 이어지면서 대형 고객회사 붙잡기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삼성전자는 TSMC에 대형 고객회사인 엔비디아를 빼앗길 위기도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 RTX30을 8나노 공정을 앞세워 전량 수주한 바 있다.
극자외선(EUV) 기술을 적용한 7나노 공정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성능에서는 큰 차이가 없고 우수한 가격경쟁력을 보였기 때문에 전량 수주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드웨어타임즈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올해 9월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신제품 RTX40 시리즈의 파운드리는 TSMC가 선택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TSMC는 5나노공정의 수율에서 삼성전자보다 우수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과 제조단가 등에서 대형 고객사인 애플과 유사한 혜택을 제시하면서 엔비디아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엔비디아가 TSMC에 선급금으로 90억 달러를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 17억9천만 달러를 추가로 지불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AMD와 차세대 제품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중앙처리장치(CPU)에 집중하던 인텔도 GPU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파운드리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PU사업은 엔비디아의 주요 수입원이다. 엔비디아로서는 파운드리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한 TSMC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최시영 사장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과 다름없게 됐다. 엔비디아와 퀄컴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대형고객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와 퀄컴의 위탁생산을 뺏긴다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2위 자리에서 선두추격 TSMC를 추격할 할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할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TSMC가 차세대 미세공정으로 꼽히는 3나노 공정에서 반도체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TSMC가 3나노 수율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수율문제가 계속되면 고객회사들의 제품 로드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전문가들도 삼성전자가 추격의 발판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닌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대형 고객회사를 잃게 되면 어려울 수 있는 점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첨단공정인 3나노 공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