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들이 최신 미세공정 반도체의 생산 수율 확보에 고전하며 고객사 주문 수주에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인텔이 자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높이고 파운드리 고객사도 추가로 확보하는 등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WCCF테크는 22일 “TSMC가 3나노 미세공정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인텔이 파운드리사업에서 큰 기회를 잡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올해 2분기부터 3나노 미세공정 기반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로 AMD와 엔비디아 등 고객사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3나노 공정이 활용될 공산이 크다.
WCCF테크는 “AMD는 이미 TSMC의 가장 충성스런 고객이고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접촉한 적도 있지만 결국 TSMC의 파운드리 생산라인 선점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TSMC의 3나노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활용하는 것이 차세대 그래픽반도체(GPU)의 성능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부터 3나노 파운드리 생산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신기술을 도입하는 만큼 수율 확보가 쉽지 않고 기존의 4나노 미세공정 수율도 아직 부진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WCCF테크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율 부진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된 문제”라며 “퀄컴이 최근 삼성전자 대신 TSMC에 모바일프로세서 생산을 맡긴 점도 수율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파운드리 첨단 공정의 미세공정 수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주요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최신 제품을 원활하게 생산하기 어려워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WCCF는 인텔이 이런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얻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텔은 올해 2분기부터 파운드리에 ‘인텔4’ 공정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텔의 7나노 공정이지만 미세공정 평가 기준이 삼성전자나 TSMC와 달라 인텔4라는 이름을 따로 붙였다.
인텔4 공정은 삼성전자와 TSMC의 4~5나노급 공정에 해당하는 만큼 경쟁사보다 우수한 생산 수율과 충분한 양산 능력을 갖춘다면 고객사 주문을 빼앗아오며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WCCF테크는 “인텔은 파운드리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1~2년 안에 주요 경쟁사로 부상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며 “성장 기회가 눈앞에 놓인 셈”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이 파운드리 이외에 CPU와 GPU(그래픽반도체) 등 자체 개발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이런 상황에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AMD와 엔비디아가 TSMC의 3나노 미세공정을 활용하기 어려워져 4나노 공정을 계속 이용한다면 인텔이 동등한 기술력의 인텔4 공정에서 생산한 자체 반도체로 맞대결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WCCF는 “TSMC의 수율 부진을 계기로 인텔이 AMD에 내준 시장 점유율을 되찾는 동시에 자체 GPU로 엔비디아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WCCF테크는 인텔 역시 과거에 10나노 공정에서 겪었던 수율 부진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아야만 이런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텔과 TSMC, 삼성전자는 일제히 미국에 수십 조 원을 들이는 대규모 파운드리공장 투자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주요 고객사 반도체 생산물량 수주 경쟁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4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의 발전과 수율 안정화가 이들 기업 사이에서 시장 판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