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시영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4나노미터 미세공정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이 퀄컴 등 고객사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차세대 3나노 공정의 성공여부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시영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 3나노 공정에서 퀄컴 등 기존 고객사를 유지하려면 수율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과 해외매체의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안에 상용화겠다고 밝힌 3나노 반도체 공정의 성공가능성이 밝지 않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기술 격차는 지난 1년 동안 확대됐다”며 “2023년에는 대만 TSMC가 3나노 반도체 공정에서 거의 10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만 IT매체인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에서 TSMC를 추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이는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최근 퀄컴은 삼성전자의 낮은 4나노 수율로 인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 1세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 삼성전자가 3나노에서 TSMC보다 나을 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최시영 사장은 파운드리업계 선두 TSMC를 따라잡기 위한 계기를 최첨단 3나노 공정에서 찾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기반의 반도체 양산을 2022년 상반기 안에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올해 하반기에 3나노 공정 양산하겠다고 밝힌 TSMC보다 반년 정도 앞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트랜지스터 생산 신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새로 도입해 TSMC와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반도체 구성 단위인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이뤄진다. 게이트올어라운드는 트랜지스터의 채널과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채널과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반도체가 동작하는 전압을 낮추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TSMC는 삼성전자와 달리 3나노 공정에도 기존 핀펫 방식을 도입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이트올어라운드는 핀펫과 비교해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 자유도를 높여줄 수 있다”며 “공정 개발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고객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 왼쪽부터 기존 평면 구조, 핀펫,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다중가교채널 트랜지스터(MBCFET). <삼성전자> |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3나노 공정은 우선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개발한 AP인 엑시노스 차세대 모델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고객으로는 삼성전자의 첫 4나노 공정 고객사였던 퀄컴이 3나노에서도 첫 고객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은 최근 차세대 AP ‘스냅드래곤8 2세대’를 2023년에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차세대 AP 모델에 도입될 공정은 기존보다 한 단계 높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퀄컴의 선택지는 3나노를 양산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TSMC 뿐이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를 전량 생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수주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퀄컴이나 AMD, 엔비디아 등은 파운드리업체의 기술력이나 수율, 물량배정 등에 따라 업체를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선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최근 해외언론 등에서는 퀄컴이 삼성전자에게 위탁생산을 맡긴 스냅드래곤8 1세대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 수율이 30%대에 그쳐 제품을 제 때에 공급받는 데 어려움이 있고 성능도 경쟁모델인 애플의 ‘A15 바이오닉’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A15 바이오닉는 TSMC의 5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스냅드래곤8 1세대+’ 생산을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 맡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서 퀄컴 등의 고객사를 뺏기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수율을 안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수율 문제 때문에 큰 고객사의 주문을 놓친 경험이 있다.
애플은 2015년 아이폰6S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삼성전자와 TSMC로부터 절반씩 공급받았다. 하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삼성전자에서 생산한 프로세서가 성능과 전력효율 등에서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자 다음 아이폰부터는 삼성전자에게 반도체 생산을 맡기지 않았다.
또 2020년 PC용 그래픽처리장치(GPU) RTX 30시리즈를 모두 삼성전자에게 맡겼던 엔비디아가 기대의 못 미치는 수율 문제로 애를 먹은 뒤 2021년부터 다시 TSMC와 RTX 생산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수율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4~5나노급 첨단공정 수율과 관련한 질문에 “공정 미세화, 복잡도 증가로 초기 안정적 수율 확보 난이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첨단공정 안정화가 계획 대비 지연된 점은 있으나 투자 시점 최적화 등으로 점진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