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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 참석한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정근우(왼쪽) 선수와 함께 새로운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
‘김성근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당초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한화이글스가 시즌 초반 꼴찌에서 헤매자 ‘김성근 야구'에 대해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한번 성공했다고 해서 변화하지 않으면서 큰 실패를 경험하는 '성공의 복수'가 나타나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김성근 리더십은 재계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는데 CEO들도 한번 꼽씹어 봐야 할 듯 하다.
19일 프로야구계에 따르면 한화는 2승 11패로 전체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올시즌 한화를 우승후보로 꼽았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을 한참 벗어난 성적이다.
단순히 패수가 많은 게 문제가 아니다. 각종 팀 기록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코치진들과 불화설도 불거졌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얘기다.
초반 한화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마운드의 붕괴다. 한화의 팀 평균자책은 7.00으로 리그 최하위다. 리그 9위인 삼성(5.22)과도 차이가 꽤 난다. 선발 평균 자책점은 8.86이나 된다. 타선도 아쉬움이 크지만 마운드 붕괴가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특히 비상식적 선발진 운용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화에 선발투수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수시로 투수가 바뀌기 때문이다. 경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책임이 주어진 게 아니라 단순히 가장 먼저 등판하는 투수가 한화에서 ‘선발’인 것이다.
1~2회부터 불펜에서 구원 투수가 몸을 푸는 상황에서 선발 투수가 안정적인 투구를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덕아웃 눈치를 보기에 바쁘다. 이는 단순한 경기력이 아닌 믿음의 문제이기도 하다.
송진우 KBS N 해설위원은 “설사 선발 투수가 경기 초반 흔들린다고 해도 일정 이닝을 보장해 줘야 이겨낼 수 있다”며 “특히 나이 어린 젊은 선수라면 더 그렇다”고 말했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감독으로부터 소환당할 것을 걱정해야 하는 선수는 의욕이 꺾이고 후유증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코치진과 불화설도 김 감독으로선 곤혹스런 대목이다.
한화의 일본인 투수코치 고바야시 세이지는 13일 2군으로 강등되자 이에 불복하고 이틀 만에 구단에 사의를 전한 뒤 일본으로 떠나버렸다. 고바야시 코치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2005년부터 7년간 투수코치를 지내며 4번이나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끌어낸 베테랑이다.
지난해 11월 한화에 합류한 뒤 한화 마운드를 탄탄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개막하자마자 팀을 떠난 것이다.
한화는 지난해에도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코치가 1년 만에 보따리를 쌌다. 김 감독은 평소 일본인 코치를 중용했지만 이젠 그들과도 등을 돌리고 있다. 김 감독의 비상식적 투수운용에 일본인 코치들도 반기를 든 것이다.
최근 ‘벌투 논란’까지 불거졌다. 14일 두산전에서 송창식은 1회 구원투수로 등판했는데 4와 3분2이닝 동안 12점을 내주며 난타당했지만 김 감독은 송창식을 마운드에서 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벌을 주는 것처럼 계속 던지게 한다는 뜻에서 ‘벌투(罰投)’ 논란까지 일었다.
힘은 힘대로 쓰고 이기진 못하면서 선수들도 힘들고, 코치도 힘들고, 팬들도 힘든 야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화 출신의 한 코치는 “투수는 자기가 언제 나갈지 몰라 혼란스러워 한다”며 “역할이 분명하지 않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코치는 “밖에서 봐도 선수들 의욕이 크게 떨어져 있다”며 “김 감독의 리더십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야구단 운영과 관련해 김 감독은 김승연 한화구단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은 다른 어떤 프로야구 감독보다 더 강한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김 감독은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자신의 능력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한화호'는 김 감독의 믿음과 달리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