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에 준공된 주택은 2017년 28만1522가구, 2018년 32만8525가구, 2019년 26만4946가구, 2020년 25만140가구 등 모두 112만5133가구다.
한 해 평균 28만1283가구가 새로 공급된 것이다. 2007~2016년 10년 동안 수도권에 공급된 주택 수는 연평균 19만4652가구에 불과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주요 지역인 서울과 부산의 주택공급도 결코 적지 않았다.
서울에 2017~2020년 준공된 주택은 연평균 7만6279가구다. 2007~2016년 시기에 한 해 평균 준공된 주택인 6만2158가구를 훌쩍 넘는다. 부산도 2017~2020년에 연평균 2만8965가구 공급됐는데 이는 앞선 10년 동안 공급된 연평균 주택 수인 2만2092가구보다 31.1% 많다.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집값이 뛰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맞지 않다. 수요가 급증한 탓에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수 있지만 절대적 공급물량은 평균 이상이었다.
신규주택 이외에 부동산 공급을 떠받치는 중요한 시장은 또 있다. 바로 이미 지어진 주택의 매매를 통해 부동산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는 시장이다. 흔히 재고주택시장으로 불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국내 재고주택 수는 모두 1812만7천 가구다. 2016년 11월보다 143만5천 가구 늘었다. 아파트만 하더라도 같은 기간 125만7천 가구 늘어나 2019년 11월 기준으로 1128만7천 가구다.
재고주택 거래만 활발해도 수십, 수백만 가구의 공급이 해마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신도시 조성 등 각종 공급대책으로 나오는 물량의 최소 수십 배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좋다. 재고주택이 시장에 충분하게 나와준다면 ‘공급부족’이라는 말이 나올 여지가 적다는 얘기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수급 불균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을 소유한 개인은 2019년 11월 기준으로 1433만6천 명이다. 이 가운데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228만4천 명이다. 3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29만3천 명, 4채 이상은 7만6천 명, 5채 이상은 11만8천 명이었다.
2채 이상 다주택자의 비율은 15.9%로 2014년부터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는 신규주택시장에도 활발히 개입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증가한 주택 수는 489만 가구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0만 호는 다주택자들에게 넘어갔다.
최선의 공급대책은 재고주택시장의 막대한 물량 가운데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물량을 적절히 시장에 매물로 유도하는 것이다. 신규주택을 만들기엔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다 다주택자의 취득을 막기도 힘들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고 할 수는 없다. 주택 매매의 권리는 개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이 영 없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세제혜택을 과도하게 몰아줘 다주택자를 양산했다는 평가를 받는 임대사업자 관련 정책을 손보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는 애초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이었다.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위해 임대인을 모두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 하면 이런 임대주택을 놓고 세입자들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적용하면 세입자들의 주거권이 높아진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임대사업자를 늘렸다. 취득세와 재산세, 건강보험료, 임대소득세 감면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과표 계산시 합산 배제라는 세금 종합선물세트를 준 덕분이다.
그 결과 전국의 임대가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227만 가구에서 2019년 말 기준 304만 가구까지 늘었다. 무려 77만 가구가 증가했다.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임대가구까지 합하면 700만 가구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동영 전 민생당 의원이 2019년 9월에 발표한 임대사업자 등록현황을 보면 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등록 임대사업자 상위 30명이 보유한 임대주택 수는 1만1029가구다. 1인당 평균 367가구를 보유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가 부동산시장의 매물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부랴부랴 혜택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2020년 7·10부동산정책을 통해 임대사업자제도 가운데 단기임대(4년)의신규 등록을 완전히 폐지하고 장기임대(8년)는 아파트의 매입임대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임대사업자들은 신규등록 폐지를 이유로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많은 매물을 쏟아낼 수 있도록 유도하려면 주택 보유가 부담이 된다는 시그널을 줘야만 한다.
임대사업자에게 주고 있는 가장 큰 혜택인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제도의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제도는 등록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임대주택을 종부세 부과기준에서 제외해주는 제도다. 의무임대기간과 임대료 인상 5% 제한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임대사업자는 ‘임대를 개시한 날’이나 ‘최초로 합산배제 신청을 한 연도’ 기준으로 공시가격 6억 원 이하(시세 8~9억 원 수준)의 주택을 임대했을 때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모두 종부세를 면제받고 있다.
10채를 소유해도, 100채를 보유해도 기준을 충족하기만 하면 종부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재 공시가격이 6억 원을 넘어 10억 원이 넘더라도 이들은 계속 기준에 따라 종부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임대사업 등록이 말소되는 날까지 주택을 처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을 소급해 폐지하는 것은 정부가 정책을 뒤집게 된다는 측면에서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다. 하지만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으며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매우 타당하다.
실제로 경기도는 1월에 종부세 합산배제 기준가격을 매년 과세기준일(6월1일)의 주택 공시가격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임대를 개시한 날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6억 원이 되지 않아 종부세를 면제받고 있더라도 앞으로는 과세기준일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다시 계산하기 때문에 종부세가 부과될 확률이 높아져 주택 보유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참여연대가 경기도의 제안을 놓고 “현재 임대사업자들에게 부여한 세제혜택은 조세 형평성을 해치는 과도한 특혜”라며 “더 이상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에 휘둘려서는 안 되며 기존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세제혜택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평을 내놨을 만큼 시장에 매물을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원죄는 임대사업자에게 많은 혜택을 부여해 다주택자들을 양산한 데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집값을 올려놓은 무능한 정부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남은 임기에라도 지나친 혜택을 원상태로 복구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