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기업을 놓고 국가경제의 성장 원동력인 동시에 잠재적 위험요인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9차 국제경쟁회의에서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포스코 등의 기업은 한국경제 성장의 동력이었고 미래에도 그럴 수 있다”며 “모든 한국인은 이 기업들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공정위가 전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9차 국제경쟁회의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
그는 “한국 정부가 이전에 고속성장을 이루기 위해 국가대표 기업을 키우면서 제한된 자원을 소수의 대기업에 몰아준 결과 소위 재벌기업이 태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재벌기업에 경제력이 몰리면서 한국경제의 시스템적 리스크(잠재위험성)가 되기도 했다고 바라봤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부 재벌기업이 파산하면서 한국경제 전반이 붕괴된 점을 예시로 들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에만 경제력이 집중되면서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의 형성을 저해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대기업을 무조건 규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기업이 기존 시장의 지배력을 지렛대(레버리지)로 쓰거나 막대한 자금력을 끌어와 공정경쟁을 해치는 사례에만 적절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IT기업들의 대형화에 따른 불공정행위 문제도 지적했다. 구체적 예시로 빅데이터를 이용한 개인별 가격 차별과 알고리즘 담합 등을 들었다.
한국, 유럽연합(EU), 독일, 일본 등의 경쟁당국이 글로벌 IT기업의 불공정행위 문제를 각자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공동대응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국제 경쟁법 커뮤니티를 통해 경쟁당국이 (글로벌 IT기업에) 함께 대응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며 “경쟁법의 차원을 넘어 소비자, 지적재산권, 정보보호 등 여러 분야와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