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충당금을 KB금융보다 덜 쌓은 영향도 있지만 신한금융 역시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 1분기 실적을 갈아치우며 올해 실적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6일 신한금융지주는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기준) 1조3215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전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KB금융 순이익 1조491억 원보다 3천억 원(26%) 가량 더 많은 순이익을 올렸다.
신한금융이 KB금융보다 1분기에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2020년 1분기 이후 4년 만이다.
신한금융은 1분기 ELS사태 관련 충당부채 2740억 원 반영했는데 이를 제외한 순이익은 1조6천억 원 가량으로 1분기 사상 최고 실적이기도 하다.
신한은행과 함께 비은행 계열사가 전반적으로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신한은행은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을 9286억 원 거두며 ELS사태에도 선방한 실적을 냈다. 대기업대출(31.4% 증가)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1년 전보다 9.7% 늘린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신한카드가 순이익 1851억 원을 거두며 업황 부진에도 실적을 개선했고 신한라이프도 1년 전보다 순이익을 15.2% 늘리며 핵심계열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관점에서는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계열사의 실적 개선도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757억 원을 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6.6% 줄었지만 지난해 4분기 순손실 1225억 원에서 흑자 전환하며 그룹의 단단한 실적에 기여했다.
신한자산운용은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169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1분기보다 175% 증가했다.
진 회장은 지난해 12월 모든 계열사 대표를 유임시키며 책임경영에 힘을 실었다. 그 중에서도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과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에게는 임기 1년을 더 부여하며 더 많은 신뢰를 보냈다.
▲ 다만 1분기 좋은 실적에도 진 회장은 리딩금융 싸움에서 긴장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분기 좋은 실적에도 진 회장은 리딩금융 싸움에서 긴장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이번 1분기 실적에는 ELS사태 충당금이 큰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홍콩 ELS사태 관련 일회성 비용을 빼고 보면 KB금융이 오히려 신한금융보다 더 나은 순이익을 냈다.
KB금융은 1분기 홍콩 ELS 관련 비용으로 6340억 원(세후기준)을 반영했다. 이를 단순 제외한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1조6천억 원 수준으로 같은 기준으로 바라본 신한금융의 순이익과 큰 차이가 없다.
증권가에서도 올 한 해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기업분석기관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올해 순이익으로 각각 4조8천억 원, 4조6천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ELS 관련 추가 비용은 물론 예상 못한 변수에 따라 언제라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셈이다.
진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 사장단을 모두 연임시키며 단기성과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그는 당시 “자회사 최고경영자를 재신임해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히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위기 속에서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교체보다는 연임을 통해 책임경영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