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지주회사들은 모두 지난해부터 CEO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바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다.
올해 3월에 취임한 진옥동 회장은 상고 출신 말단 행원으로 출발해 은행장, 지주사 회장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 수익성 향상에 집중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경험이 있는 만큼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뒤에도 수익성 향상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하지만 진 회장은 회장에 취임한 이후 단기적인 수익성 경쟁, 실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조직을 근본부터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과연 진옥동 표 신한금융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오늘은 1등을 넘어 일류에 도전하겠다는 진옥동 회장의 비전을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 진옥동 표 신한금융그룹의 제 1목표, 신한의 중심에 고객을 놓다
얼마 전 신한 지주사에 ‘소비자 보호부문’ 이라는 새로운 조직이 신설됐다. 그룹 차원에서 소비자 보호 컨트롤타워를 만든 셈이다.
신한금융은 전임 회장 시절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 적이 있다. 진 회장은 앞으로 신한만의 독자적인 소비자 보호체계, 철저한 내부 통제를 통해 이런 잘못을 다시 범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재무적으로 금융지주들 사이에서 1등을 하는 것보다 고객의 신뢰를 얻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진 회장은 이를 위해 금융 선진국들에서 실행하고 있는 책무구조도를 조기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제도로 업무 과정이 엄격해져서 영업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고객 보호와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라는 시선도 있다.
진옥동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 고객 중심의 성과평가제도를 신한은행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실적 위주로 성과를 평가받다보니 생겨났던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개선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신한은행은 진 회장의 의지에 따라 은행에게 최대한의 이득이 되는 상품이 아니라 고객에게 정말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고 판매하는지, 그리고 적절한 사후관리가 이뤄지는지를 은행원 평가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진 회장은 고객중심 경영 문화를 신한금융지주 전체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 직원들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진 회장은 토크콘서트, 다양한 비공식 만남 등을 통해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룹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까지 운영하며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기도 하다.
◆ 디지털과 글로벌, 신한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진옥동의 비단주머니
진 회장의 두 번째 혁신 방향은 바로 ‘디지털’이다. 진 회장은 역시 은행장 시절부터 신한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왔다. 은행권 최초의 배달앱 ‘땡겨요’가 진 회장의 대표작이다.
은행이 배달앱을 운영한다는 이야기에 반대도 많았지만 진 회장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냈고, 결국 땡겨요는 현재 배달앱 시장 점유율 4위까지 올라서면서 신한은행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신한의 뱅킹앱 ‘뉴 쏠’ 역시 진 회장이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진 회장은 고객 중심의 앱을 개발하기 위해 1만 명의 고객 자문단을 모집할 정도로 고객에게 집중한 앱을 만들기 위해 힘썼다.
결국 2020년 1312만 명이던 월간활성 이용자 수는 올해 9월 기준 2천만 명을 넘어서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안에 그룹의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간편 앱을 출시한다. 진 회장은 이 앱을 비금융 서비스, 금융 외부 생태계까지 연결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일류 신한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는 글로벌 시장 확대다.
진옥동 회장은 신한금융의 글로벌 영업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로 일본법인인 SBJ은행의 출범을 주도하고 고속성장을 이끌었으며 베트남에서 신한은행의 성공도 이끌었다. 현재 신한 베트남 은행은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가운데 영업이익, 순이익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진 회장은 2030년까지 글로벌 이익 비중을 그룹 전체의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특히 해외 벤처투자를 통해 해외 스타트업과 함께 동반 성장을 이뤄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 진옥동 표 신한금융그룹의 변신, 실적과도 같이 갈 수 있을까
물론 진옥동 회장이 넘어야할 산도 만만치 않다. 순이익 기준 국내금융그룹 1위 자리를 탈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신한이 리딩금융의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선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진 회장은 아직까지 과감한 M&A, 뾰족한 묘수 등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진 회장이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진 회장은 여전히 실적과 덩치를 불리는 1등 전략 대신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룹의 문화를 지속가능하게 바꿔가겠다는 뜻을 지키고 있다.
진 회장은 취임 이후 신한이 없어진다면 고객들이 슬퍼할 것인가, 과연 우리는 고객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줄곧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고객에게 인정받고 고객과 상생하는 일류가 되겠다는 진옥동 회장의 비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신한은행의 실적 역시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