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가 미래 비전과 경영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출신과 이력 등이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은 만큼 두 금융지주의 엇갈린 선택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양종희 부회장을 다음 회장 최종후보로 결정한 것을 놓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KB금융지주 이사회가 다음 회장으로 양 부회장을 선택할 것으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그가 KB국민은행 은행장을 맡은 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양 내정자가 오히려 은행장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지주의 핵심 과제로 ‘비은행 강화’가 떠오른 가운데 이 부문에 높은 관심과 비중을 두고 경영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을 회장 최종후보로 골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장 출신은 아무래도 은행 중심의 사고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양 내정자는 KB금융그룹에 있으면서 특히 비은행 부문에서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KB금융지주 전략기획 담당 상무 시절 LIG손해보험 인수 실무를 주도했고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순이익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금융지주에서는 보통 은행이 중요도가 가장 높은 만큼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에도 은행장이 꼽힌다.
실제로 은행장 출신이 금융지주 회장에 오르는 사례도 많다. 신한금융지주의 조용병 전 회장과 진옥동 회장,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전 회장과 함영주 회장, 우리금융지주의 손태승 전 회장 등이 모두 은행장 출신으로 회장에 올랐다.
KB금융지주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여전히 은행 의존도가 높다. 일단 은행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90%로 압도적으로 높고 은행 출신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하는 일도 많다.
양 내정자와 다음 회장 자리를 두고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은 KB국민은행장을 4년이나 맡았다는 점 등에서 그를 다음 회장 최종후보로 예상하는 시선이 많았다.
양 내정자가 KB금융지주 다음 회장에 오르게 되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리딩금융’ 대결 양상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출신과 이력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미래 비전이나 경영 전략 등에서 차이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신한금융지주를 올해 3월부터 이끌고 있는 진옥동 회장은 ‘은행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양 내정자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두 사람은 모두 1961년생으로 나이는 같다.
두 금융지주의 ‘리딩금융’ 대결이 기존 순이익 싸움 중심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비재무적 성과도 중요시하는 쪽으로 바뀔 수도 있다.
진 회장과 양종희 내정자 모두 다음 회장 후보로 확정된 뒤 소비자보호, 금융의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했다.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말 이사회 추천으로 회장 최종후보에 선정됐고 올해 3월 회장이 됐다.
진 회장은 지난해 12월 차기 회장에 내정된 뒤 최우선 과제를 묻자 “시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내부통제라든지 소비자 보호 이 부분이 가장 크게 우리가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양 내정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약식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현안을 묻는 질문에 “그동안은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도움이 되고 조화롭게 가야한다고 보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KB금융을 이끌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KB금융지주와 비슷한 상황에서 ‘은행장 출신’인 진 회장을 다음 회장으로 선택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에는 당시 조용병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 3명 후보가 올랐다. 면접 당일 조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만 남게 됐는데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진옥동 행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추천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사장은 2018년 이후로 각각 은행, 비은행 핵심 계열사를 이끌면서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