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글로벌 분산에너지포럼, "제주를 분산에너지 특구로" 한목소리

▲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20일 제주시 메종글래드 제주 호텔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 분산에너지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제주=비즈니스포스트] “제주도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분산에너지 전환을 시작하겠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0일 제주시 메종글래드 제주 호텔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 분산에너지포럼’ 개회사에서 이같이 선언했다.

오 지사는 “제주도는 분산에너지법 발의 이전부터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 에너지 기반을 마련해왔다”며 “제주도가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에 가장 유력하고 가시적인 분산에너지 정책을 실현할 최적지임을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분산에너지 시대를 앞당기고 분산에너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에 따라 제주도 안팎의 분산에너지 관련 기업 등과 전력 산업계의 변화를 조명하고 활성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제주도청이 마련했다.

행사에서는 다온 어린이무용단과 강정아 소프라노의 축하공연과 함께 제주도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향한 제주도민, 관광객 등의 염원을 국회로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함께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오 지사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상희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장, 이준호 한국전력공사 부사장,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김희집 서울대 교수, 알리 이자디(Ali Izadi) 블룸버그 뉴 에너지파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분산에너지법은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의 근거가 담긴 법이다. 5월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6월13일에 공포됐으며 공포 1년 뒤부터 시행된다.

분산에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발전원의 거리에 따른 차등 전기요금 부과가 가능해지고 정부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되는 등 국내 전력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장] 글로벌 분산에너지포럼, "제주를 분산에너지 특구로" 한목소리

▲ 제주도는 전국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인데 재생에너지 저장 문제가 고민이다. 사진은 '제1회 글로벌 분산에너지 포럼' 행사장 외부의 이동형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통해 전기자동차를 충전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제주특별자치도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서는 통합발전소(VPP) 등 중개사업자를 통해 잉여전력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력적인 실시간 요금제를 도입해 출력제어 때 전력 수요를 끌어올릴 수도 있게 된다.

또한 그린수소 생산, 열 전환(P2H)와 같은 섹터커플링 사업과 연계해 전력계통의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고 신산업 발굴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 전기료 절감 등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제주도가 겪고 있는 전력 문제에서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수 있는 법과 제도인 셈이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가장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고 친환경차 보급률이 높아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앞서가는 지역이다.

제주특별자지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19.2%로 정부의 2030년도 목표치인 21.6%에 거의 근접해 있다. 전기차 보급률 역시 2022년 기준 8.05%로 전국 평균치인 1.5%의 5배를 웃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등 문제를 해결할 만한 제도적, 기술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출력제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출력제어란 전력 공급량이 수요량을 웃돌 때 전력 계통의 안정을 위해 발전원에 출력을 차단하는 조치를 뜻한다.

제주도는 2022년에는 3일에 1회 빈도로, 올해는 현재까지 풍력발전 411회, 태양광발전 76회의 출력제어가 발생했다.

한국도 전국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 둔 상황이므로 현재 제주도가 전력 공급과 관련해 겪는 문제는 언젠가 다른 지역에서도 겪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장] 글로벌 분산에너지포럼, "제주를 분산에너지 특구로" 한목소리

▲ 김성환 더불어민주당의원이 20일  20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 분산에너지 포럼'에 참석해 '분산에너지 기반 제주가 나아가야 하는 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연사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문제를 대비하는데 제주도의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제주 전력계통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제주의 전력계통 변화는 섬이라는 지역성, 재생에너지의 고유한 특성으로 출력제어 등의 이슈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육지에서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한민국 탄소중립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모두의 과제”라고 말했다.

분산에너지법을 대표 발의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조강연을 통해 “분산에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제주도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제주도가 선도적으로 분산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텐데 이 시행착오가 결국에는 대한민국 전체의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