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른 아침 잠을 깨우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서울 시민들은 당황했다.
더 당황한 것은 무슨 일인지 알기 위해 핸드폰으로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뒤 ‘일시적인 네트워크 오류로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는 문구를 본 순간일 것이다.
▲ 31일 아침 6시43분부터 5분 동안 네이버 모바일앱 접속오류가 발생했다.
31일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와 이에 놀란 시민들의 네이버 접속량 증가로 오전 6시43분부터 48분까지 5분 동안 네이버 모바일앱 서버가 다운됐다.
행정안전부가 서울시의 경계경보가 착오임을 알리는 문자가 발송된 것은 7시3분이다. 평소 네이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모바일앱 접속이 복구되기까지 5분 동안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북한이 이날 쏜 것은 정찰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인 것으로 확인됐고 결과는 실패로 끝났지만 대한민국 1등 플랫폼 기업 네이버의 신뢰성도 짧은 시간 우주 멀리 날아간 셈이 되고 말았다.
네이버는 서울시의 재난문자 발송으로 순간적으로 접속이 몰리면서 트래픽 폭주가 발생한 탓에 오류가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평소보다 트래픽이 10배 정도 증가했다”며 “앞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일단 5분 안에 빠르게 접속장애를 해결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경계경보 문자가 서울시민에게만 발송됐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모든 서울시 인구가 비상상황에서 네이버앱을 찾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2023년 4월 기준 서울시 인구는 942만2710명이다.
노인들은 모바일앱보다 TV에 더 익숙한 점을 감안해 65세 이상 인구와 뉴스에 익숙하지 않은 10세 미만 어린이들을 제외하면 720만3784명이 남는다. 10~20대 젊은층 가운데 트위터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다.
NHN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 63%, 다음(DAUM) 5%, 구글 31%다. 미국 마케팅조사업체 샘러시(SEMrush)는 올해 4월 한국에서 PC와 모바일 합산기준 네이버보다 구글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접속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NHN데이터에 의거해 단순 계산하면 이날 아침 서울시 재난문자를 받고 네이버앱을 실행시킨 사람의 수는 대략 450만 명 정도로 볼 수 있다.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하거나 네이버앱을 통해 고화질 동영상을 재생한 것도 아니지만 400만 명가량이 동시에 접속한 것 자체만으로도 서버가 다운된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으로 한차례 곤욕을 치렀다.
네이버, 카카오 등의 부가통신사업자는 방송통신재난관리대상이 아니었는데 작년 12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올해 7월부터는 새로운 법이 적용된다.
네이버도 이제는 방송통신재난의 발생을 예방하고 재난 발생 시 신속히 수습 및 복구하기 위한 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인터넷데이터센터의 배터리는 일정거리 떨어져 설치해야 하며 배터리를 10초 주기로 탐지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디지털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복구할 수 있도록 서비스 분산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모두 화재 같이 큰 사고가 발생할 때를 대비한 대책이다.
네이버는 올해 2월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을 미디어에 공개하고 정전, 화재, 산사태, 홍수 등 재난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대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하반기에는 6500억 원을 들여 각 춘천보다 더 첨단 시설로 짓고 있는 ‘각 세종’이 운영에 들어간다.
역설적이게도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빠른 대처로 국정감사장에서 오히려 칭찬을 들었던 네이버를 괴롭힌 것은 단순 접속량 증가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보면 부가통신사업자는 트래픽 발생량이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를 대비해 서버의 다중화 또는 콘텐츠 전송량 최적화 등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네이버는 월드컵, 선거 등 예정된 큰 행사를 앞두고는 서버와 인력 등을 충분히 확보해 트래픽 폭주에 성공적으로 대처해왔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는 대비하지 못했다.
참고로 일본 방송사 NHK는 이날 오전 접속량 폭주를 막기 위해 웹페이지를 긴급·재해용 경량화 페이지로 전환했다. 이미지 파일을 없애고 글자로만 웹페이지를 구성해 접속자가 폭증해도 정보전달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잘못된 서울시 재난문자 전송의 불똥을 맞게 된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북한이 발사체를 쏜 것은 더더욱 네이버의 잘못이 아니다.
다만 ‘먹통 사태’로 먼지가 되도록 ‘까인’ 카카오처럼 네이버도 내국인 서비스를 통해 성장했다. 억울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감수하는 것이 전 국민이 애용하는 플랫폼 기업이 안고 가야할 숙명이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