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 적용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전력 생산량이 수요량을 넘어 전기요금이 싸지는 곳의 지방자치단체는 산업시설 유치 등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제주도에 위치한 탐라해상풍력단지의 전경. <두산중공업> |
[비즈니스포스트]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 생산 전력을 활용해 산업시설 유치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9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을 위한 종합대책을 올해 안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산업부가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에 나서는 것은 국회가 지난 25일 본회의를 통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 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분산에너지는 전력을 사용하는 지역 혹은 그 인근에서 생산된 일정 규모 이하의 에너지를 뜻한다. 대규모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 등을 통해 생산 및 공급되는 중앙집중형 에너지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분산에너지법에는 △대규모 전력수요의 지역 분산을 위한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 △전력의 직접거래가 가능한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제도 △소규모 분산자원들을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와 같이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통합발전소 제도 △전력자급률이 낮은 지역의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분산에너지 설치의무 제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분산에너지법 가운데 가장 파급력이 클 내용은 국가 균형발전과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전기요금제도 시행의 근거를 되는 조항이다.
이에 따라 발전원과 거리, 지역별 전력 수요와 공급 등을 고려하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은 지방보다 전기요금이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지역별 전력 생산 및 소비 현황을 보면 서울, 경기 등 지역에서는 거의 전력을 생산하지 않고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대부분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지역별 전력자급률을 보면 2021년 기준으로 서울은 11.3%에 불과하다. 경기도는 61.6% 정도라 나머지는 밖에서 전기를 공급받는다.
반면 인천은 242.9%, 충남은 227.92%, 부산은 191.5% 등으로 화력발전소 혹은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은 전력자급률이 200% 안팎이다. 지역 내 필요한 전력의 두 배 안팎 혹은 그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 전기요금이 지역별 차등 적용되는 데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분산에너지법에 법의 시행시기를 공포 뒤 1년으로 정해두고 있는 데다 산업부의 분산에너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마련 등 세부 내용의 확정을 위한 후속 행정절차가 필요하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비수도권이 별다른 혜택 없이 혐오시설인 원자력발전소 등 전력 생산시설을 떠안고 서울에 전력을 보내기만 하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 왔다.
부산, 울산, 전남, 경북 등으로 구성된 ‘원전 소재 광역시도 행정협의회’는 분산에너지법 국회 통과 전날인 24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부 등 관련 기관에 “전력 생산지 소비자에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고 방재훈련 등을 위한 원자력 안전 교부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실제 국회 본회의에서 분산에너지법이 통과되자 원전 소재 지역 등에서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분산에너지법을 대표 발의했고 부산 남구갑이 지역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유튜브 채널 ‘박수영의 우아한 TV’를 통해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시행되면 부산의 전기요금이 싸지기 때문에 전기 다소비 업종이 부산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 역시 25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산에너지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그동안 환경오염과 안전사고 위험성을 감수해 온 시민들께 직접적인 혜택을 돌려 드리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쁘고 앞으로 울산의 기업 유치에도 매우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전국 1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선정이라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제주도는 25일 분산에너지법 통과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정보기술과 연계한 전력거래 시장 도입을 통해 수요관리 사업, 통합발전소, 전력과 열에너지 부문 결합 섹터커플링 등 다양한 에너지 신기술 상용화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탄소중립 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이끌어온 제주도는 전국 1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선점을 위한 후속 조치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