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는 아직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마련되지 않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현재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에서 보관하고 있다. 사진은 원전 내 습식 저장소에 고준위 방사성쳬기물이 쌓여 있는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
[비즈니스포스트] 원자력발전 시설 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공간의 포화가 임박해 오면서 정치권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다만 여야 사이 합의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의견의 일치를 보기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9일 국회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법안 처리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련 특별법안은 2021년 9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법안 2022년 8월에 김영식,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 등 3건이다.
이들 법안은 세부적 내용에는 차이가 있으나 모두 중간 혹은 영구 저장시설이 마련될 때까지 기존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시설을 확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들 법안을 대상으로 26일 공청회를 열어 사실상 입법 절차의 첫 단계를 밟았다.
기존 방식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할 수 없는 한계 상황이 가까워지는 데 따라 국회에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장소가 마련되지 않았다.
1978년 고리원전이 국내에서 최초로 원전 상업가동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원전 부지 내에 이미 마련돼 있는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가 진행돼 왔다.
기존 임시 저장시설의 저장공간은 점점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이미 고리 원전은 1호기부터 4호기까지 모두 포화도가 90%를 웃돌 정도다.
다른 원전의 포화도를 봐도 한울 원전 82.5%, 한빛 원전 74.9% 등으로 모두 포화도가 위험한 수준까지 올랐다.
현재 정부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가정해도 2060년께에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이 마련되지만 2031년부터 고리 원전의 임시 저장시설 포화가 시작된다.
기존 계획을 수십 년 당겨야 겨우 저장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확보 문제는 매우 시급한 현안인 셈이다.
다만 국회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법안 마련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여야 사이 합의는 논외로 보더라도 여권 내에서부터 의견을 모으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제정되면 당장 현재 원전 부지에서 임시 저장시설 확충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원전 인근 주민들로서는 거주지역에 원전에 더해 핵폐기물 저장시설까지 들어오게 되는 셈인 만큼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탈핵경주·울산시민공동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지속적으로 국회를 향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국내 원전의 대부분은 경남권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남권은 현재 여권의 핵심 지지 지역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확대를 주요 정책과제로 내걸고 있으나 높지 않은 정부 지지율,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 등 요인을 고려하면 여당이 특별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특히 부산, 울산 등 원전 인근 지역이 지역구인 여당 의원들의 대응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 기장군이 지역구인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 부산 중구·영도구가 지역구인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등은 지난해 10월 ‘비원전 지역에도 임시 저장시설을 건설하고 인구수에 비례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울산 남구을이 지역구로 현재 유력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이기도 한
김기현 의원 역시 27일 부산을 방문해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이 영구화될 수도 있는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원전을 육성한다고 해서 방폐장을 부산 지역에 만든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