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3사가 '백기'를 들었다.
그동안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섬에서도 도선비 등의 명목으로 추가 배송비를 받아왔지만 앞으로 연륙 섬지역에 대해서는 택배 추가 배송비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10월1일부터, CJ대한통운과 한진은 11월1일부터 추가 배송비 부과를 폐지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당장 10월1일부터, CJ대한통운과 한진은 11월1일부터 추가 배송비 부과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번 택배3사의 결정은 그동안 섬이 육지와 연결됐지만 택배를 한 번 시킬 때마다 최대 7천 원을 내야했던 섬지역 주민으로서는 아주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택배3사가 이처럼 폐지를 결정하게 된 데는 섬 주민들을 고려한 합리적 판단보다는 대표이사들의 국정감사 증인행을 막으려는 의지가 더 컸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거두기 어렵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초 6일 예정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의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농해수위가 이를 채택했다.
하지만 증인 채택이 결정된 후 실제 국감을 며칠 앞두고 택배3사는 일제히 추가 배송비 부과 폐지를 결정했다.
농해수위가 증인을 결정한 날이 9월26일, 택배3사가 서 의원실에 추가 배송비 부과를 폐지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날이 9월30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택배3사는 불과 4일 만에 추가 배송비 부과 폐지라는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택배3사가 백기를 들자 서삼석 의원실도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이같은 택배3사의 발빠른 행동은 올해 5월 국민권익위원회가 택배사에 연륙 섬지역을 대상으로 합리적인 배송비를 책정할 것을 권고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택배사들은 국민권익위의 권고를 받은 이후 몇 개월이 지나도록 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택배사들의 항변도 있다.
이번 국감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연륙 섬지역 추가 배송비를 폐지하기 위해 내부적인 검토를 진행해왔던 만큼 이른 시일 안에 폐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대부분의 연륙된 섬의 추가 택배비를 없앴으며 일부만 남았있던 것으로 이미 내부적으로 추가 택배비 폐지를 두고 검토가 거의 마무리됐던 상황이었다”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이번에 최종적으로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추가 배송비 폐지를 진행하는 등 내부적으로 준비해왔던 만큼 택배3사 가운데 가장 이르게 이달부터 모든 연륙 섬지역의 추가 배송비 부과 폐지를 시행했다.
다만 택배업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추가 배송비 부과 폐지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다리가 놓이긴 했지만 여전히 섬지역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거리가 멀어 추가 배송비 부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택배업계 특성상 본사가 직접 배송하는 것이 아닌 대리점을 통해서 배송업무가 이뤄진다는 점도 택배업계가 그동안 도선료 등 추가 배송비를 쉽게 없애지 못했던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택배3사는 국정감사에서도 현실적 요인을 들어 정치권을 설득했어야 맞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해마다 국감장에는 많은 기업 총수,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불려나온다. 국감장에 나온 기업인들은 의원들의 호통에 진땀을 빼는 일이 일쑤다. 때문에 '호통 국감', '기업 때리기 국감'이란 해묵은 논쟁은 매해 반복된다.
하지만 이번 택배3사의 사례를 보면 기업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