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재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카드업계 레버리지배율 규제가 완화되며 사업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내실을 다지는 데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자동차금융 등 우리카드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잠시 외형 성장을 우선순위에서 미뤄두게 됐다.
2일 우리카드에 따르면 레버리지배율 규제가 완화되도 영업 확대보다는 건전성 관리와 비용 절감 등 경제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당국은 7월 내 카드사의 레버리지배율 한도를 6배에서 8배로 완화하기 위해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레버리지배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의 배율로 규제가 완화되면 자기자본 대비 대출이나 할부영업 등 여신사업 규모를 6배에서 8배까지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우리카드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레버리지배율 5.6배를 보여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배율이 기존 6배에서 8배로 늘어나면 우리카드는 3조5천억 원 정도 여신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레버리지배율 규제완화에 발맞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바라봤다. 정 사장이 취임 이후 카드업계 불황을 뛰어넘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적극적 영업전략을 통해 '카드의정석 시리즈' 흥행을 이끄는 등 우리금융그룹 내부에서 최고의 영업 전문가로 꼽힌다.
정 사장이 직접 기획과 마케팅, 디자인까지 상품 개발을 주도해 '
정원재 카드'로도 불리는 카드의정석은 2년 만에 500만 좌 발급을 넘어서기도 했다.
우리카드는 1분기에 순이익 510억 원을 냈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12% 늘었다. 비용절감 등을 통해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됐던 2분기에는 실적이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 사장은 카드수수료 인하로 어려움을 겪는 카드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왔다. 이에 더해 2020년 신차 할부금융을 확대해 장기적으로 중고차 할부금융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정 사장이 외형 성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당분간 신사업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동차금융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중고차금융시장 진출도 아직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디지털화를 통한 초개인화 마케팅에 집중하고 영업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있다.
카드 발급과 정산 등 신용카드 영업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초개인화 마케팅 등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올해 초개인화마케팅팀을 신설했다. 우리카드는 우리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의 다양한 가맹점 이용행태를 기반으로 고객들의 선호업종을 예측하고 앱, 홈페이지, 고객센터와 같은 비대면채널로 유입되는 고객을 타깃으로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더해 마케팅비용이 적게 드는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리텐션마케팅'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카드는 하반기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자금 유동성 확보에도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카드는 6월 한 달 동안 모두 회사채 5천억 원을 발행했다. 3월과 4월 각각 회사채 1400억 원 수준을 발행한 데 비해 크게 늘었다.
이에 더해 11일에는 신종자본증권 1500억 원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길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