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정부 지원을 받아 해운업을 재건하려는 길에 '유럽 선사 반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유럽 선사들이 한국 정부가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업체들을 지원하는 점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
덴마크의 해운 전문언론 쉬핑워치는 11일 “한국의 국적 해운사 지원은 머스크를 포함한 여러 대형 선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며 “브라이언 미켈슨 덴마크 산업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행동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쉬핑워치에 따르면 세실리아 말름스트롬 유럽위원회의 무역사무관 또한 유럽의 해운업을 지키기 위해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 2위 선사인 스위스의 MSC가 결성한 해운동맹인 2M과 전략적 협력관계에 있다.
현대상선은 세계 3대 해운동맹인 2M,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3곳 가운데 어느 곳에도 속해 있지 않다. 세계 해운 산업이 해운동맹에 가입한 회사 위주로 점유율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2M과 맺고 있는 전략적 협력 계약은 현대상선의 재도약에 필수적 요소로 평가받는다.
현대상선과 2M의 전략적 협력 계약 기간은 2020년 3월까지다. 2M이 현대상선에 등을 돌려 협력을 연장하지 못한다면 2020년 2분기부터 글로벌 해운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현대상선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유럽 선사들이 한국 정부의 현대상선 지원을 놓고 반발하고 있는 것을 놓고 터무니없는 트집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 역시 정부 지원을 통해 성장한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형 해운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이미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해운업체에 수혈하고 있다.
덴마크는 2011년 머스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62억 달러(6조8700억 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수출 신용지원제도를 이용한 수출융자제도를 도입해 3억5천만 유로(4500억 원)의 금융 지원도 했다.
유럽 선사들은 훨씬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의 해운업체인 코스코에는 침묵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8월 중국 선사의 인수합병과 신규 선박 발주를 지원하기 위해 180억 달러(19조9천억 원)의 금융을 지원했다. 한국 정부가 현대상선에 지원하기로 한 금액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최근 현대상선은 해양진흥공사의 지원을 받는다는 전제 아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건조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3조 원 수준으로 이번 현대상선과 국내 조선사의 건조 계약은 해운업계와 조선업계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럽, 중국, 일본 등 모든 해운 강국들이 모두 정부의 지원을 통한 M&A, 선복량 확대 등 몸집 불리기로 해운업을 키웠다”며 “이제 와서 한국이 공급 과잉을 유발한다며 반발하는 것은 강자의 위치에 있는 글로벌 선사의 횡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