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가 오너 리스크와 시장의 경쟁 심화, 업황 악화의 삼중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올해 네 번째로 포토라인에 서면서 진에어가 오너 리스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을 다시 불러 새로 드러난 횡령 혐의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 회장 고발 관련 사항을 집중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앞서 7월 초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한 차례 기각됐다. 법원은 7월6일 '피의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조 회장의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의 법리 구성이 조 회장의 혐의를 증명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추가로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검찰이 추가 조사를 토대로 법리를 강화해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추가 혐의에 따라 횡령의 액수가 더 커지게 된다면 법원이 조 회장의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검찰은 조 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수사 보강과 영장 재청구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모두 한진그룹 계열사로 조 회장의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이른 시일에 경영을 본궤도에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에어는 오너 리스크와 관련한 타격을 더욱 크게 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이 다른 항공사들과 비교해 장거리 노선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는 것과 달리 진에어는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저비용항공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진에어는 국토교통부로부터 ‘경영 행태가 정상화 될 때 까지’ 신규 노선 운항 등에서 제재를 받고 있다.
진에어는 경영 쇄신안을 국토부에 이미 제출했으며 2019년 3월 진에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확대 등 경영 쇄신안이 통과되면 제재가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진에어 경영 행태 정상화의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진에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수준의 경영 쇄신이 아니면 제재가 풀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조 회장은 이날도 검찰에 출석하며 "회장에서 물러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진에어는 국토부의 제재로 발이 묶인 상황에서 항공업황도 악화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8월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여객 가운데 저비용항공사의 점유율이 사상 최초로 30%를 돌파했다. 이는 경쟁사들이 적극적으로 노선을 확대하며 여객 점유율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8월 수송 여객 수는 2017년 8월보다 26.7% 높아졌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역시 각각 14.1%, 9.6% 올랐다.
하지만 진에어는 같은 기간 수송 여객 수가 4.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토교통부 제재가 시작된 것은 8월 중순이지만 국토교통부는 6월 말부터 진에어의 신규 항공기 도입과 노선 신설 승인을 보류해왔다. 오너 리스크 때문에 경쟁사들의 몸집 불리기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가 구체적 수치로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진에어의 기본적 영업 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이번 일을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업계는 자연재해로 급감했던 일본 여행 수요가 서서히 회복될 조짐을 보이며 한시름 놓게 됐지만 항공사의 수익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유가와 환율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19일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71.12달러에 거래됐다. 2017년 9월 중순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가격이 배럴 당 51~52달러에서 거래됐던 것을 살피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말 1060원 대였던 환율 역시 20일 기준 1120원으로 높아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