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 패션회사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장 사장은 저성장 시대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투자처로 패션회사를 점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가 지난해부터 소비재회사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특히 해외 패션회사에 주목하고 있다.
SK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패션회사 ‘레일스인터내셔널’에 지분투자를 하기 위해 미국의 패션 투자전문 자회사인 ‘플루투스패션’에 355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레일스는 여성 셔츠 중심의 컨템포러리 브랜드(트렌드에 민감한 준명품)로 2008년 로스앤젤레스에 설립돼 연 평균 24%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는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해외 패션회사인 맥케이지와 앨리스올리비아에 약 7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맥케이지는 몽클레어, 캐나다구스 등과 함께 글로벌 명품 패딩 브랜드로 꼽힌다. 앨리스올리비아는 뉴욕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를 비롯해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장 사장이 패션회사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글로벌 투자회사들의 최근 투자 기조와 비슷하다. 해외 유명 패션회사는 근래 들어 글로벌 투자회사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과 중국, 동남아 등 신흥국의 중산층 증가가 맞물리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과 베인캐피탈은 각각 몽클레어와 캐나다구스에 투자한 뒤 기업공개(IPO)에 성공해 큰 수익을 얻었다.
특히 칼라일은 세계 각지에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몽클레어의 중국 진출을 지원해 매출 규모를 키웠다. 현재 몽클레어는 아시아 지역 매출의 40%가량을 중국에서 거두고 있다.
장 사장도 이런 글로벌 투자회사들의 성공사례를 그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가 투자한 레일스인터내셔널, 맥케이지, 앨리스올리비아 등은 모두 새로운 유명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매출 규모는 크지 않다. 따라서 SK의 투자를 통해 더 성장할 여지가 많은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SK가 각 패션 브랜드의 아시아 진출을 도울 수도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는 이미 해외 패션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명품그룹 LVMH는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의 33%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거뒀다.
SK 관계자는 “최근 해외 패션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고 특히 명품이나 준명품으로 분류되는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SK가 투자전문 지주회사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 수익이 가능한 해외 패션회사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지난해부터 소비재회사에 투자를 확대해 왔다.
지난해 글로벌 소비재 회사에만 약 6천억 원을 쏟아부었다. SK의 지난해 총 투자액 약 1조7천억 원의 30%에 이른다.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며 소비재 회사는 안정적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소비재분야는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가 가능하고 연관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데도 용이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3대 사모펀드 가운데 하나인 KKR의 조지 로버츠 회장은 2017년 한국을 방문해 “저성장 국면은 빠른 시일 내 타개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 소비재산업 투자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