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SK실트론과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를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상장을 기다리고 있는 계열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올해 추진했던 SK루브리컨츠와 SK건설의 기업공개가 모두 무산되면서 다른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서두를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당초 올해 상반기에 SK루브리컨츠를 상장하고 하반기에 SK건설을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SK루브리컨츠는 기대했던 가치로 평가받지 못하며 기업공개를 철회했고 SK건설은 라오스 댐 붕괴 사고로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SK그룹에는 상장이 거론되는 계열사가 SK루브리컨츠와 SK건설 외에도 SK실트론, SKE&S, SK바이오팜,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인천석유화학 등 상당히 많다.
계열사 상장이 보통 6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고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빨리 다음 일정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SK실트론과 SK바이오팜이 SK그룹의 다음 상장 추진 기업으로 유력하다는 말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온다.
특히 SK실트론은 지금이 상장 적기인 것으로 분석된다.
SK실트론의 주력 제품인 웨이퍼는 반도체 기초재료인데 최근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SK실트론의 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SK실트론은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6200억 원, 영업이익 1779억 원을 거두며 이미 2017년 영업이익 1325억 원을 앞질렀다.
SK실트론은 LG그룹에 속해 있던 2012년에도 한 차례 기업공개를 추진했었지만 실적이 악화돼 무산된 적이 있다. 따라서 반도체업황이 주춤해지기 전에 SK실트론의 상장을 서두를 공산이 크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실트론은 강한 이익체력을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증명했으며 2019년 기업공개를 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실적 기반이 유지된다면 SK실트론의 시가총액은 4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바이오팜도 내년에 기업공개를 추진할 공산이 큰 계열사로 꼽힌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 세노바메이트를 미국에 출시하는 만큼 자금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인 미국에서 신약을 출시해 유통망을 확보하고 마케팅활동을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SK바이오팜은 현재 나스닥과 코스닥 상장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SK의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서도 SK실트론과 SK바이오팜의 상장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SK는 투자전문 지주회사를 표방하며 지속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데 SK실트론과 SK바이오팜을 상장함으로써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SK는 SK실트론과 SK바이오팜의 지분을 각각 70.6%, 100% 보유하고 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실트론 지분 70.6%의 가치를 3조3470억 원,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를 약 5조 원으로 평가했다.
SK 관계자는 “SK의 비상장 자회사들은 각각 독자적으로 업계 상황과 여건 등을 고려해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며 “세부적 일정은 각 계열사의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