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합병 뒤 조직 사이 통합(PMI, Post-Merger Integration)을 진행하기 위해 최근 맥킨지, 베인앤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글로벌 컨설팅업체 3곳에 입찰제안 요청서(RFP)를 보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일정이 나온 것은 없다”며 “최근 합병이 진행됐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조직통합 컨설팅으로 특별한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옛 한화시스템과 한화S&C가 8월1일 통합해 출범했다. 통합 뒤 방산을 담당하는 시스템부문과 시스템통합(SI)을 담당하는 정보통신기술(ICT)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 만큼 합병 뒤 조직 사이 통합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화시스템이 현재 상장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해외 유력 컨설팅 업체를 골라 입찰제안 요청서를 보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컨설팅이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화시스템은 현재 코스피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해 국내외 증권사들에 입찰제안 요청서를 보내 놓았다.
구체적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실제 상장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한화시스템이 조직 통합 컨설팅을 통해 조직을 정비한 뒤 상장 전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 확대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을 100%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의 현금자산 확대와 연결될 수 있어 한화그룹에 중요할 수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회사인데 현재 한화시스템의 지분 14.5%를 들고 있다.
한화그룹은 5월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한화시스템 지분을 모두 처분하겠다고 밝혔는데 한화시스템이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수록 현금 확보에 유리할 수 있는 셈이다.
에이치솔루션은 최근 한화시스템 지분 11.6%를 헬리오스에스앤씨에 매각해 930억 원을 확보했다. 상장 뒤 한화시스템 가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헬리오스에스앤씨에 매각한 가격을 적용한다면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한화시스템 잔여지분 매각으로 최소 12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2017년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4048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분매각 등을 통해 현재는 1조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성 자산은 에이치솔루션이 앞으로 인수합병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김경한 한화시스템 ICT부문 대표이사(왼쪽)와 장시권 한화시스템 시스템부문 대표이사가 8월1일 합병 주주총회 뒤 악수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한화그룹은 그동안 에이치솔루션과 한화S&C의 분할,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통합 등을 통해 에이치솔루션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
한화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만큼 한화시스템의 상장 결과에 따라 앞으로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해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 확대를 꾀할 가능성도 나온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한화그룹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에이치솔루션은 계열사의 기업공개와 한화 소속 계열사와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기업가치를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그룹에서는 현재 한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케미칼, 한화투자증권 등 7개 회사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5월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기준 한화그룹의 국내 계열사는 모두 76개로 기업공개 비율은 9.2%다. 자산 기준 10대 그룹 평균 기업공개 비율 17.1%의 절반에 그친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와 드림플러스아시아의 지분 100%, 한화큐셀코리아의 지분 9.97%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한화시스템을 상장하면 2010년 한화생명보험 이후 거의 10년 만에 계열사를 상장하는 것이다. 2015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더해지며 상장 계열사가 7개로 늘었지만 당시는 상장사인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면서 상장사가 추가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시스템 상장은 경영권 승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한화시스템 상장은 한화시스템 자체 경쟁력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