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가 학교 안 구내식당 등 부대시설 운영권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을 계기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오너 일가의 전횡이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학생들의 재단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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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정석인하학원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사를 맡고 있다.
인하대 학생들은 생활협동조합(생협)을 퇴출시키기 위해 학교법인인 정석인하학원과 대학이 대한항공을 동원해 불법감사를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법인과 대학은 단순히 회계감사를 벌였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6일 인하대에 따르면 정석인하학원은 지난해 4월 대한항공 감사팀을 동원해 대학과 생협에 대한 회계감사를 진행했다.
인하대 학생 자치조직인 중앙운영위원회는 인하대학과 독립된 법인인 생협에 대해 대한항공이 회계감사를 한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현승훈 총학생회장은 “생협은 구내식당 6곳과 카페, 안경점 등이 있는 학생회관 내 비룡플라자, 주차장 등을 운영하면서 연간 11억 원의 수익금을 내는데 학교법인과 재단이 이를 모두 회수하려 하고 있다”며 “불법감사도 생협을 퇴출시킬 목적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학생들은 재단 부이사장과 사무처장 등의 해임을 요구하며 대학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생협의 부대시설 이용과 관련해 인하대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국세청이 지난해 인하대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면서 학교시설 임대수익을 학교 회계에서 누락해 세금을 탈루했다고 보고 2억 원을 추징한 데서 비롯됐다.
인하대는 생협에 학교시설을 무상으로 임대해 주고 생협은 이를 다시 외부업체에 경영을 맡겨 임대수익을 받아왔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인하대가 탈루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국 대학생협 대부분은 학교시설을 임대받아 직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하대 생협은 위탁운영으로 임대수익을 받아온 점이 문제가 된 것이다. 생협은 임대수익 가운데 일부를 학교에 매년 약 4억~5억원 씩 기부금으로 지원했다.
임대수익으로 얻은 기부금을 받은 대목이 문제가 되자 재단과 학교는 생협의 시설운영권을 회수하려고 한다. 생협에 자판기 운영 정도만 맡기고 나머지 주차장이나 매점 등도 생협을 통하지 않고 직접 운영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생협 조합원 가운데 인하대 학생은 약 2400명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생협 운영권 축소를 크게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특히 국세청이 인하대의 경우만을 문제삼고 있는 데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현승훈 총학생회장은 “우리학교만 문제가 된 이유는 학교법인에 귀책사유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생협에서 학교로 지급한 기금이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지 않았거나 학교시설 임대수익을 교비회계가 아닌 법인회계로 책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은 학생들의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인하대 관계자는 “학교 차원에서도 국세청에 이의를 제기했다”며 “학생들에게 기부금 지출내역을 곧 제공해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이전에도 재단의 학교운영방식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학내분규를 겪은 적이 있어 재단과 학교 에 대한 불신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지난 4일 인천시청 앞에서 “조양호 이사장이 재단에 개입하고 전횡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언론 앞에 고개 숙인 이사장의 갑질이 멈추고 있지 않고 있다”며 “인하대 발전을 거꾸로 회항시키는 재단의 갑질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10년 동안 재단은 법정전입금 168억 원을 미납했고 학교는 적자를 이유로 국가장학금도 70%만 확보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재단은 투자없이 개입만 하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