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화학회사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화학사업에 2011년부터 꾸준한 투자를 해왔다는데 그 성과를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을 든든한 버팀목으로 키워냈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1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이 올해도 3년 연속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에 화학사업에서 영업이익 5225억 원을 거뒀다. 2017년보다 33.7% 줄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재료인 나프타의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원재료가격을 뺀 것)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은 영업이익 5천억 원을 넘겼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반기 상황은 긍정적이다. 국제유가가 완만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올레핀, 파라자일렌(PX) 등을 중심으로 시장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사업에서 빠르게 영업이익을 늘려 왔다.

2017년 전체 영업이익의 42.5%인 1조3772억 원을 화학사업에서 거뒀다. 주력사업인 정유사업의 영업이익 1조5021억 원에 버금가는 실적이다. 2016년에도 화학사업 영업이익으로 1조2323억 원을 거둬 2년 연속으로 1조 원을 넘은 것이다.

2008년 화학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년 사이에 거의 주력사업 수준으로 성장한 셈이다.

화학사업의 질적 성장도 이뤄냈다. 미국화학학회(ACS) 발행 전문지 C&EN(Chemical & Engineering News)이 7월에 세계 화학회사를 대상으로 선정한 ‘2017 글로벌 톱 50’에서 SK이노베이션은 38위에 올랐다. 

2017년보다 6단계가 오른 것으로 국내 회사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전체 회사 기준으로도 8계단 오른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다음으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화학사업을 키워왔다.

2011년에 정유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SK에너지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회사이름을 바꾼 뒤 물적분할을 통해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화학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은 화학사업에 누적 기준으로 4조7천억 원을 투자했다. 주로 외국 회사와 합작이나 사업 인수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3년에는 일본 JX에너지와 각각 9363억 원을 투자해 파라자일렌(PX)을 주로 생산하는 울산아로마틱스(UAC)를 출범했다. 울산아로마틱스는 2017년 기준으로 파라자일렌 연간 100만 톤 정도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같은 해에 중국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시노펙과 합작으로 ‘중한석화’를 설립해 중국 우한에 연간 8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짓기도 했다. 중한석화의 나프타 분해설비는 가동 첫 해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2017년까지 1조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화확회사인 사빅(SABIC)과 합작법인 SSNC를 설립했다. 사빅과의 합작은 SK이노베이션의 고성능 폴리에틸렌 브랜드인 넥슬렌의 생산법인인 KNC의 울산공장 현물출자를 통해 이뤄졌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제2공장을 짓는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7년에는 SK종합화학을 통해 다우듀폰으로부터 에틸렌아크릴산(EAA),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등의 사업을 인수했다. 에틸렌아크릴산과 폴리염화비닐리덴 모두 범용제품이 아닌 포장재에 쓰이는 소재로 고부가가치 소재에서 사업 다변화를 강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탈정유 움직임은 정유사업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정유사업은 국제유가와 환율, 정제마진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이 크게 변동한다. 

2017년과 올해 실적을 비교해보면 정유사업의 널뛰기 현상은 확연히 드러난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2분기 정유사업에서 영업이익 5334억 원을 거뒀다. 2017년 같은 기간의 정유사업 영업이익 125억 원과 비교해 4167.2% 늘었다.

2017년 2분기에는 국제유가 내림세의 영향으로 재고 평가손실이 발생했지만 2018년 2분기에는 국제유가의 오름세로 재고 평가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유사업은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정유제품의 수요는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차 시대를 대비해 화학사업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2020년까지 석유화학과 전기차배터리 등 비정유부문에 1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