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석유화학사업에서 하반기에 결실을 거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경상북도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건설된 잔사유 고도화설비(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ODC)의 상업가동을 하반기에 시작한다.
잔사유 고도화설비는 경질유와 가스 등을 추출한 뒤 남은 잔사유를 이용해 프로필렌,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설비다.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는 프로필렌을 이용해 폴리프로필렌(PP), 산화프로필렌(PO)을 만든다. 연간 생산능력은 폴리프로필렌 40만5천 톤, 산화프로필렌 30만 톤이다.
증권업계는 대체적으로 에쓰오일이 잔사유 고도화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 가동을 통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3천~4천억 원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에쓰오일이 2017년에 영업이익 1조4625억 원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영업이익이 20~27% 정도가 석유화확사업에서 새로 생기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잔사유 고도화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를 통해 얻어지는 추가적 영업이익으로 투자금을 6년 안에 회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규 설비 가동 첫 해인 올해 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다.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이 공급보다 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잇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리프로필렌은 중국 자동차 및 소비재 전자제품 등에서 꾸준한 수요 덕분에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원재료가격을 뺀 것)가 확대될 것”이라며 “산화프로필렌은 공급 증가 우려에도 수요 강세 덕분에 스프레드는 견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쓰오일은 잔사유 고도화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를 짓기 위해 2014년부터 5년 동안 4조 8천억 원을 투자했다.
2011년에 1조3천억 원은 투자해 파라자일렌(PX)과 벤젠 등 생산시설을 지은 데 이어 본격적으로 석유화학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대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다 보니 에쓰오일이 안게 된 부담도 만만치 않다.
에쓰오일은 이번 투자로 부채비율이 2015년 100.3%에서 2018년 153.7%까지 높아졌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차입금을 늘렸기 때문이다. 차입금 규모는 2015년 3조5950억 원에서 2018년 2분기 기준으로 6조를 넘었다.
올해 중간배당 지급금액도 2017년의 절반인 주당 600원으로 줄였다. 에쓰오일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6571억 원으로 2017년보다 45.8%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이란 등 중동지역에서 지정학적 위험성이 높아지고 미국의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 등 외부 불안요인이 많아져 중간배당을 줄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