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07-03 18: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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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가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산 석유제품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정부 주도로 석유제품의 생산과 수출을 늘리면서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산 석유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중국 정유사들은 정제능력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중국 민영 정유사들은 2021년까지 정제능력을 연간 1억4500만 톤 늘릴 계획을 세웠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의 정제능력이 모두 8억7천만 톤이었는데 이보다 19.1% 늘어나는 것이다.
국영 정유회사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는 올해 안에 정제능력을 각각 600만 톤, 500만 톤 늘린다.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는 2019년까지 정제능력을 1천만 톤 늘린다.
중국 정유사들은 정제능력 증가로 발생하는 정제유 초과 공급을 수출로 해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상무부는 5월까지 중국 국영 정유3사의 수출량 쿼터를 4300만 톤으로 늘렸다. 2017년 같은 기간 수출량 쿼터인 4099만 톤보다 5% 늘어났다.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량 증가는 국내 정유사에 위협적이다. 한국산 석유제품의 주요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동남아에서 경쟁자로 바뀐 셈이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의 주요 수출지역인 아시아에서 최근 중국 석유제품의 수출량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 석유제품 중개시장인 싱가포르를 비롯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산 석유제품의 수출량은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산 석유제품의 수출량을 밑돌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의 5월 중국산업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의 나라별 석유제품 수입 비중은 중국이 10.3%이고 한국은 5.3%로 절반 수준이었다. 2012년에는 한국이 9.8%로 중국 3.2%의 3배였다.
필리핀의 2017년 나라별 석유제품 수입 비중도 중국이 31.4%로 한국(25.6%)을 앞질렀다. 2012년에는 한국(29.9%)이 중국(4.5%)을 크게 앞섰다. 말레이시아 상황도 비슷하다.
국내 정유사는 수출국 다변화로 대응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외에 호주, 대만 일본 등 대체시장으로 석유제품 수출을 늘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서 "올해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나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출액은 늘었다"며 "호주, 대만, 일본 등 노후 정제시설이 폐쇄된 지역을 중심으로 석유제품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수출국 다변화 외에 회사의 사정에 맞춰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힘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원유 도입처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석유제품 경쟁력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수입처를 다변화하면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여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80% 수준이었으나 올해 2분기에는 77%까지 줄였다. 같은 기간에 북중미 원유 수입 비중은 8%에서 12%로 늘었다. 올해 남중국해에서 원유 광구탐사에 성공하고 미국에서 셰일오일 회사를 인수하는 등 직접 원유를 확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에쓰오일은 고도화 비율을 높여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4조8천억 원이 투자된 잔사유 고도화설비(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ODC)의 가동을 시작하면 저유황유 같은 고가 제품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사업의 비중을 높이며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는데 힘쓰고 있다.
GS칼텍스는 나프타 외에 액화석유가스(LPG), 부생가스 등을 이용해 에틸렌, 프로필렌을 생산할 수 있는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짓는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투자를 통해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를 세우기로 했다. HPC는 원유 찌꺼기인 중질유분(Heavy Feed)을 원료로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설비다. 나프타를 이용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설비(NCC)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