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대우건설은 왜 디벨로퍼가 되려고 하나  
▲ 왼쪽부터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시공사에서 머물지 않고 스스로 프로젝트를 발굴해 부동산 가치를 개발하는 ‘디벨로퍼’가 되려고 한다.

최근 건설회사들은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둔화로 해외시장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내시장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주택 신규분양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경기에 따라 수주 변동이 큰 주택사업은 기본적으로 ‘천수답’이다.

이 때문에 디벨로퍼의 길을 선택하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다.

디벨로퍼는 부지를 매입해 주택개발사업을 하는 시행사를 의미한다. 그러나 요즈음 프로젝트 발굴과 기획부터 투자, 자금조달, 건설, 운영, 관리까지 주관하는 부동산 개발 총괄사업자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 박영식 정수현, 디벨로퍼가 되자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신년사에서 “최근 건설업은 시공 중심에서 금융동반 개발 및 운영사업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토탈솔루션 제공자로서 사업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은 특히 5년 연속 주택공급 1위를 달성한 사업자로서 주택분야 디벨로퍼의 역할을 확대해 가고 있다. 대우건설은 2011년부터 매년 2~3개 자체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네 곳으로 자체사업을 확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체사업 시행 규모는 3조9천억 원에 이른다.

대우건설은 올해도 3만 가구 이상의 주택공급을 예고하면서 6년 연속 주택공급 1위를 향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자체사업으로 시행해 지난해 자체사업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한 기조를 이어가려고 한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도 사업체질 개선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정 사장은 “EPC(설계·구매·시공)형태 사업에서 탈피해 사업구조의 다변화와 사업관리체계의 선진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이에 맞춰 지난해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국내 영업본부와 해외영업본부를 글로벌마케팅본부로 통합하고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개발을 총괄하게 했다. 또 본부와 실 사이에 사업부를 둠으로써 수주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도록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단순히 시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와 개발사업을 확대해 진정한 디벨로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더욱 극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정몽규 회장이 직접 나서 유통사업 확대를 천명했다. 정 회장은 상업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 부동산 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기에 민감한 주택사업의 리스크를 덜어냄과 동시에 상업 부동산 임대로 그룹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대우건설은 왜 디벨로퍼가 되려고 하나  
▲ 신규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시행 물량을 늘리고 있다.

◆ 건설사들이 디벨로퍼가 되려는 이유


건설사들이 주택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디벨로퍼 변신을 꾀하는 이유는 대외적 리스크를 줄이고 회복되고 있는 국내 신규 분양시장에 탑승하려는 의도가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규 주택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건설사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건설사 해외수주는 유가하락과 중동지역 발주 축소로 20~30% 줄어들 것”이라며 “신규 분양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30~50%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벨로퍼는 2000년대 초반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당시 디벨로퍼가 1천 곳이 넘을 정도로 성행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수백 디벨로퍼가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최근 신규 분양시장이 살아나고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다시 디벨로퍼가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분양시장 분위기는 디벨로퍼 전성기였던 2000년대 중반 못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기업형 민간임대 주택사업도 건설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각종 지원을 통해 민간임대사업의 수익률이 5~6%가 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민간임대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일반분양뿐 아니라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운영을 통해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도 디벨로퍼의 장점이다. 건설사들은 불확실한 경제전망에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데 직접 수익형 부동산을 임대운영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호반건설이 판교신도시에 단지내 상가인 ‘아브뉴프랑 판교’를 분양하지 않고 직접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브뉴프랑 판교는 주말 유동인구가 2만 명 수준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호반건설은 아브뉴프랑 판교 성공에 힘입어 광교와 광명에서도 아브뉴프랑 상가를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