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꿈 가운데 하나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세계를 하나로 묶는 일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세계 곳곳에서 태양광발전사업을 놓고 투자를 늘려가면서 재생에너지사업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손 회장은 3월 미국 뉴욕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사우디아라비아에 2030년까지 200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손 회장이 빈 살만 왕세자와 맺은 태양광사업의 내용은 발전 규모나 투자금 규모 모두 압도적 수준이다.
투자금액은 200조 원이 넘는다. 한국 정부가 최근 수주를 위해 힘쓰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사업의 규모가 20조 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발전량 200GW도 세계 최대 규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국가별 누적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1위인 중국이 131GW, 2위인 미국이 51GW 수준이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른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량은 65.8GW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통해 몽골, 인도 등에서도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관련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7월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몽골 에너지개발회사인 뉴컴, 한국전력과 신재생개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몽골에 30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이에 앞선 2015년 6월에는 대만 폭스콘, 인도 바르티 엔터프라이즈와 함께 인도 남동부 안드라 프라데시주에 350MW 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데 200억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손 회장의 태양광 투자는 한국까지 이어졌다.
소프트뱅크의 재생에너지 자회사인 SB에너지는 5월4일에 대명GN, 인트로메딕 등과 팜그리드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팜그리드는 지능형 농장인 스마트팜과 지능형 전력망을 뜻하는 스마트그리드를 합친 개념이다.
SB에너지는 대명컨소시엄과 함께 경상북도 영덕군이 추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재생에너지 농·어업 융복합 클러스터에 투자한다. 30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과 스마트팜 46ha가 결합된 단지다.
대명컨소시엄은 대명GN, 인트로메딕, LS산전, 한국동서발전이 재생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사업을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이다.
손 회장이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쏟게 된 계기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다.
손 회장은 당시 동일본 대지진 복구와 관련해 100억 엔에 이르는 기부금을 내놓았다. 기부금 외에도 후쿠시마 원전 주변 학생들의 전학을 지원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방사능 계측기를 들고 후쿠시마 지역을 드나들며 방사능 수치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손 회장에게는 탈원전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
손 회장은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2011년 9월에 사재 10억 엔을 들여 신재생에너지재단(REI)을 설립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SB에너지를 만들어 일본에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시작했다.
SB에너지는 현재 일본 내에서만 32곳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고, 6곳은 건설 중이다.
손 회장은 태양광발전 투자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를 넘어 세계적으로 통합된 신재생에너지 전력망을 구축할 꿈을 꾸고 있다.
손 회장은 “모든 국가의 신재생에너지가 연결되는 세상이 50년이나 100년 뒤에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5월8일 일본 도쿄에서 백운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을 만나 동북아시아 슈퍼그리드사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동북아시아 슈퍼그리드사업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의 전력망을 모두 연결해 재생에너지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업이다.
탈원전 시대를 향한 손 회장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