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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해고승무원의 '12년 고통', 오영식이 결단할 때가 됐다

조예리 기자 yrcho@businesspost.co.kr 2018-06-05 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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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와 약자의 재판을 할 때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았다고 생각한 재판은 지금 생각해보면 강자 측에 기운 재판이었고 약자 측에 조금 기울었다고 생각하며 내린 판결은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중립적이었음을 알게 됐다.”

수많은 명판결을 남겨 미국 연방대법원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법관으로 평가받는 벤자민 카도조는 그의 재판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KTX 해고승무원의 '12년 고통',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7456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오영식</a>이 결단할 때가 됐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서울대학교 법학과 교수로 재임할 당시 존경하는 법률가로 벤자민 카도조를 꼽았다. 그는 벤자민 카도조의 말을 인용하며 국가가 해야 할 일은 형식적 평등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약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도 이러한 기조와 결을 같이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창출 등 정책은 민생에 기울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사회 전반에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뜻을 안고 한국철도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오 사장은 취임 직후 “한국철도공사가 모든 국민을 위한 공공철도로 거듭나야 한다”며 노사갈등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꼽히는 파업으로 해고된 노동자 복직 문제를 풀어냈다.

이런 발 빠른 움직임에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에서 파면당한 조합원 98명이 다시 일자리를 찾았다.

KTX 해고승무원도 이런 오 사장의 행보에 12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을 봤다.

오 사장이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약한 인사인 만큼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약속한 복직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7년 10월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KTX 해고승무원 문제를 노사전협의회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한 점도 KTX 해고승무원들이 복직의 꿈을 품게 했다.

하지만 KTX 해고승무원이 보기에 현실은 달랐다.

오 사장은 2월6일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KTX 열차승무원 업무를 생명안전 업무로 인정하는데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기존 한국철도공사의 태도와 동일한 답변을 내놨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정황이 포착된 뒤 열린 면담 자리에서도 오 사장은 “(재판거래와 관련한) 대부분의 사태가 유감이지만 아직까지 복직을 제시할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철도공사와 오 사장이 주장하는 ‘복직 불가능’의 근거는 단순하다.

KTX 해고승무원들의 업무가 고용노동부에서 지정한 정규직 전환 요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근거는 KTX 해고승무원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하지 않다.

2015년 개정된 철도안전법은 ‘철도사고 등이 발생하면 사고 철도차량의 운전업무 종사자와 여객 승무원은 철도사고 등의 현장을 이탈해서는 안 되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후속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KTX 승무원의 안전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도 코레일관광개발 업무위탁협약서에 ‘이례사항 발생 시 한국철도공사의 승무원과 협조’라고 명시한 뒤 지속적으로 KTX 열차승무원 안전교육을 진행해 왔다.

한국철도공사가 KTX 열차승무원에게 계약직 채용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지 12년이 지났다.

KTX 열차승무원들은 정규직 전환 대신 자회사 고용을 제시한 한국철도공사의 요구에 반발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 뒤 KTX 해고승무원들은 수많은 재판과 시위, 농성을 거쳐 먼 길을 왔다.

'약자 측에 조금 기울어졌다고 생각해도 중립적일 수 있다.' 오 사장이 이 말을 꺼내 들고 생각해도 될 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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