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보유지분 일부를 매각한 것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인 수준이라고 평가됐다.
삼성그룹이 이른 시일에 대규모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예상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1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며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췄다"며 "금산법 규정 위반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30일 삼성전자 지분 약 1조4천억 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금산법 규정상 금융계열사가 삼성전자 지분 10% 이상을 보유할 수 없는데 삼성전자가 올해 예정대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합산 지분이 약 10.45%가 된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한 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은 9.9997%로 낮아진다. 규정에 맞추기 위해 가장 최소한의 지분만을 매각한 것이다.
이 연구원은 "정교하게 10% 규정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번 지분 매각은 금융당국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며 "일단 눈 앞에 닥친 위험을 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삼성그룹이 이를 시작으로 그룹 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이런 가능성이 확대해석에 불과하다고 파악하며 "삼성의 지배구조 이슈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심 재판 등이 얽혀 있어 예상하기 쉽지 않다"고 바라봤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3%만 남기고 모두 팔아야 한다. 약 15조 원 안팎의 지분을 매각해야만 하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당분간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는 등 적극적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며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현재 시장에서 논의되는 대대적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전자의 실적과 사업 방향성이 명확해진 이후 진행될 것"이라며 "당분간 현재 지배구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