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유전의 실패를 공기업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인수를 추진해 엄청난 국민 세금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1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가 하베스트 유전을 매각하려고 해도 경제성이 없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인수 때부터 잘못된 판단의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는 셈이다. 

◆ “하베스트, 인수 당시부터 지나치게 고평가”

한국석유공사는 2009년 9월 하베스트에 인수의사를 밝히며 2조6855억 원의 금액을 제시했다.
 
한국석유공사, 골칫덩이 하베스트 유전 털어내기도 어렵다

▲ 한국석유공사가 원유를 생산하는 캐나다 석유기업 하베스트사와 인수합병을 체결하고 서명식을 갖고 있다.<한국석유공사>


하베스트가 매각 거부 의사를 밝히자 한국석유공사는 매입금액을 높여 4조282억 원에 NARL 정유시설까지 함께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NARL 정유시설은 만들어진지 오래돼 낡은 데다 첫 가동 당시부터 연이은 화재와 고장으로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하베스트는 NARL 정유시설을 1달러에 매입했다.

한국석유공사는 2009년 10월16일 메릴린치에 하베스트 경제성 평가를 의뢰했는데 메릴린치는 5일 만인 10월20일에 경제성 평가를 마쳤다. 

메릴린치는 경제성 평가에서 하베스트와 NARL 정유시설의 인수 금액을 4조500억 원으로 책정했고 NARL 정유시설은 1조1천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석유공사법에 의하면 한국석유공사는 광구를 매입할 수 있지만 정유시설은 살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석유공사는 하베스트와 NARL 정유시설을 4조5500억 원에 계약했다.

당시 하베스트의 시가총액은 1조2천억 원가량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무려 4배에 이르는 금액을 주고 하베스트를 산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자체 경제성 평가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한국석유공사가  하베스트의 내부수익률(IRR)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하베스트의 내부수익률은 5.8%로 측정됐는데 최종 경제성평가 보고서에는 내부수익률이 8.3%로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8%를 넘어야 사업허가가 난다는 점을 고려해 내부수익률을 조작했다는 논란이 국감에서 일었다.

한국석유공사는 NARL 정유공장에 들어가는 개·보수 금액으로 계속 적자를 내다 2014년 11월 500억 원에 공장을 매각했다.

하베스트 광구는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면서 1조 원 규모의 채무지급보증을 했다. 하베스트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손실은 2조7천 억원가량이고 차입금은 2조1700억 원이다.

◆ 경제성 없어 매각도 힘들어

하베스트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손실이 한국석유공사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있어 해외자원개발 혁신태스크포스(TF)는 조만간 한국석유공사에 하베스트 매각을 권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매각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하베스트 유전은 원유를 채굴할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골칫덩이 하베스트 유전 털어내기도 어렵다

▲ 캐나다 하베스트 광구.<한국석유공사>


MBC는 3월26일 하베스트의 전체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는 물이 98%로 사실상 유전으로 가치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MBC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하베스트를 인수하기 전인 2009년 유전평가 보고서에도 워터컷 80~90% 수준으로 추산돼 있다”며 “하베스트 유전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펌프잭도 이미 고갈돼가는 유전에 적용되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간인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한국석유공사는 해외개발사업에 17조 원가량을 투자했다.

하지만 한국석유공사가 투자한 금액에 대비해 수익을 낸 비율을 나타내는 누적 투자회수율은 2007년 56.2%에서 2017년 40%를 밑도는 수준까지 낮아졌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2007년 64%에서 2017년 529%까지 높아졌다. 2007년과 비교해 부채는 388% 늘었다.

한국석유공사 부실의 원인은 23개 광구 대부분에서 나는 손실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손실을 내고 있는 사업장이 하베스트다.

한국석유공사는 2013년부터 신규지급보증 건의 절반 이상을 하베스트 채무에 할당했다. 하베스트의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이라 보증없이 돈을 빌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새 광구투자비 등의 명목으로 2조 원을 웃도는 규모의 자금이 하베스트에 투입됐지만 손실은 커졌다. 하베스트는 2017년 1~3분기 기준으로 8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국석유공사는 하베스트의 블랙골드 광구를 재개하면 2020년부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년 동안 블랙광구 매각을 시도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체적으로도 하베스트의 채산성을 낮게 잡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블랙광구를 재개하는데 드는 비용은 2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비용을 투자해도 광구를 재개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노조와 시민단체는 3월30일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석유개발 사업 감독, 지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 전 장관과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게 손해배상 국민소송도 제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