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 부장판사는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피고인이 출석도 하지 않고 인치도 곤란해 출석 없이 선고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은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사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최순실씨에게 속았다거나 의사와 무관하게 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 등이 행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그 책임을 주변에 돌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결과를 유영하 변호사에게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유 변호사는 이날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을 면회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담담했다고 유 변호사는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줄곧 ‘책임은 내게 없으니 나는 무죄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법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고 말했다.
재판을 거부하기 전에 법정에 출석했을 때 재판장의 말을 듣지 못해 변호인이 대신 대답하는가 하면 재판을 받다가 책상에 엎드리기도 했다. 재판 증인으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발언했을 때는 뜬금없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런 행동들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현실을 회피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심지어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6일 재판을 방청한 뒤 기자들을 만나 “역사의 법정에서는 반드시 무죄로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비극의 뿌리는 그가 대통령이 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사를 다시 쓰고자 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아버지의 시대를 사과했지만 진정성은 없었다는 것이다.
역사의 법정은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역사의 법정 기록을 그가 볼 수 없다는 사실일 수도 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역사의 법정에 가둬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의 날 서울은 미세먼지로 가득했고 우리 모두는 마스크를 쓰고 침묵을 강요받았다. 현실의 법정은 그렇게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