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간선도로 건설사업의 재정사업 전환에 따라 재무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도로교통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도로공사가 부담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공사, 간선도로의 재정사업 전환으로 재무부담 늘 듯

▲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도로 공공성과 교통 편의성 강화를 위해 민자사업으로 배정돼 있던 간선도로 가운데 일부를 재정사업으로 바꾸고 있다.

재정사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시행되는 사업을 말한다.

서울시과 세종시를 잇는 고속도로는 이미 2017년 7월 재정사업으로 전환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인천~안산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의 재정사업 전환도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 간선도로망 10개 가운데 3개가량이 재정전환사업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간선도로가 중요 도시나 도시 내 중요 지구를 연결하는 기본도로인 만큼 최대한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인 것으로 읽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선도로는 국가의 기본이 되는 도로기 때문에 마땅히 재정으로 하는 것이 맞다”며 “국가에서 공사를 진행하면 통행료 인하, 서비스 품질관리 등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선도로의 재정사업 전환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통행료 부담 완화다. 

현재 민자고속도로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등 모두 16개인데 통행료가 많게는 1km 당 2종 차량 기준으로 285원부터 100원 선까지 책정돼 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통행료는 1km 당 45.2원이다.

하지만 간선도로를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국도로공사의 재정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재정고속도로 사업을 시행하면 국토교통부에서 사업비의 40%가량을 출연금으로 지원한다. 나머지는 도로공사가 채권을 발행하거나 수익금으로 건설한 뒤 통행료를 받아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민자사업에 보통 전체 사업비의 10~20%에 해당하는 출연금을 지원하는데 민자사업이 재정사업으로 전환되더라도 출연금 규모는 늘지 않는다. 한국도로공사가 원래 받을 수 있는 지원금에서 절반 이상이 줄어드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는 서울시에서 세종시를 잇는 고속도로사업에서 출연금 10%를 받았다. 나머지 90%는 한국도로공사에서 부담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도로공사의 부채비율이 줄어들고 있고 2016년 기준 당기순이익도 1320억 원에 이른다”며 “통행료 수입만 4조6천억 원가량이고 차입금 이자 8천억 원과 도로의 유지관리 비용 등을 제외해도 한국도로공사에 이익이 남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의 재정 여력이 충분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명절 연휴와 평창올림픽 기간에 통행료를 면제하고 출퇴근시간에도 감면 혜택을 주는 등 교통료 부담 완화를 위한 가시적 방안을 내놓고 있다. 

단기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을 주려는 정책이 많아 한국도로공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자사업을 재정사업으로 대거 전환하게 되면 한국도로공사의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부채비율은 2017년 3분기 기준으로 81.91%고 차입금 의존도가 42.94%다. 차입금 의존도는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데 보통 30% 이하일 때 재무안정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공기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우리나라도 금리가 조금씩 오르고 있어 한국도로공사의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수혜 정책은 한 번 시행되면 다시 거둬들이기 어려워 여러 가지 측면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가 건설비용을 30% 수준 밖에 회수하지 못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도로공사는 통행수익의 많은 부분을 경부선과 경인선 등에 의존하고 있는데 통행료 감면정책이 진행되고 재정사업으로 차입금이 늘어나면 건설비용 회수속도는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