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기업간거래(B2B)사업에 적극적으로 발을 들여 놓고 있다. 김석필 삼성전자 글로벌B2B부사장의 지휘하에 유럽 B2B시장을 공략하면서 B2B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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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필 삼성전자 글로벌B2B센터장(부사장)이 10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CeBIT 2014'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B2B 사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뉴시스> |
김석필 삼성전자 글로벌B2B센터장(부사장)은 10일부터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정보통신(IT)전시회 세빗(CeBIT 2014)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기업간거래사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유럽시장을 지목하고 있다”며 전담조직 구성과 인력보강으로 유럽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유럽의 17개 판매 법인에 B2B 전담 판매조직을 구축했다. 또 지난해 대비 유럽 B2B사업 인력을 1.5배 이상 늘리는 등 기업고객을 타겟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개인 IT기기를 업무용으로 활용하는 IT 소비자화(IT Consumerization) 추세가 삼성전자의 B2B사업에 큰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의 소비자화'란 개인이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를 사무용으로도 동시에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전자가 강조한 ‘클라우드 프린팅’ 사업이 여기에 속한다. 가령 ‘카카오톡’으로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는 것처럼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사람을 지정해 출력문서를 보내는 사업모델이다. 클라우드 프린팅은 프린트 툴을 잘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편리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B2B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글로벌B2B센터를 준사업부 개념으로 격상시켰다. 책임자도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높였다.
지난해 말 PC사업은 조직개편 1순위 대상이었지만 프린터사업은 그대로 뒀다. PC사업은 삼성전자의 전체매출의 1%에 그쳐 결국 ‘돈 되는’ 무선사업부로 흡수됐다. 하지만 PC사업의 일부인 프린터와 팩시밀리는 IT솔루션사업부에 남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린터 사업의 경우 토너, 종이 등 소모품사업과 관련이 있는 데다 B2B사업 실적도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B2B 매출을 높이기 위해 유럽은 꼭 지나야 할 관문이다. 포춘에서 매년 발표하는 500대 기업 중 30% 이상이 유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금융회사, 정부단체, 병원 등을 상대로 업무 시스템을 컨설팅해 주고 맞춤형으로 PC 프린터 팩시밀리 등 모든 IT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여지는 넓게 존재한다. 특히 모바일 기기를 업무용으로 채택하고 기존 솔루션과 결합해 스마트워크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활발한 점도 삼성전자에게는 유리한 환경이다. 그만큼 IT업계에서 유럽은 B2B 매출의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김 부사장은 “삼성은 막강한 하드웨어 라인업과 기기간의 컨버전스 능력에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더해 B2B 시장을 빠르게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유럽시장 진출을 자신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유럽에서만 2833건의 특허를 출원해 특허 신청건수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대비 14% 증가한 숫자로 2년 연속 1위다. 특히 PC기술 분야에서 애플보다 5배나 많았고 전체 특허 중 9%는 사업영역도 겹치지 않았다.
이런 특허기술과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상업용 디스플레이, 프린터, 시스템 에어컨, 의료기기 등의 제품과 결합할 경우 기업고객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김 부사장은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전시회에서 직접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했다. 김 부사장은 대형 상업용 디스플레이 앞에서 리테일 솔루션을 시연했다. 메르켈 총리는 기조연설에서도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 플랫폼기업이 주도하는 글로벌 혁신에 결코 뒤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삼성전자와 세빗(CeBIT 2014)이 더욱 각별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전망한다. 세빗은 ‘모바일올림픽’으로 불리는 MWC와 개최시기가 겹치면서 2007년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7년 LG, 노키아, 모토로라가 참여를 외면했고 2008년에는 삼성전자도 불참을 선언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세빗이 B2B라는 차별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전시 규모를 지난해 950㎡에서 올해는 1,800㎡ 로 2배 가까이 늘렸다. 삼성전자가 B2B 시장 공략에 관심을 쏟으면서 세빗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