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선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한국석유공사는 아직 수장 인선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석유공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갈 길이 먼 만큼
문재인 정부는 적절한 인사를 찾는 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4일 “석유공사 사장 인선과 관련해 현재까지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다”며 “아직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사장을 임명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도로공사에 이강래 사장, 외교부 산하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에 이미경 이사장을 임명하는 등 공공기관장 인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백운규 장관이 원전 수출을 위한 유럽순방을 마치고 2일 귀국한 만큼 산하 기관장 인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백 장관은 석유공사를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한국남동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강원랜드 등 올해 안에 20곳이 넘는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를 해야 한다. 각 주무부처 장관 가운데 공공기관장 인선 규모가 가장 크다.
수장 인선이 필요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은 대부분 공모를 마쳤거나 공모를 진행하는 등 수장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석유공사는 아직까지 공모 앞단계인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계획조차 잡지 못했다. 다른 기관과 달리 수장 인선의 첫발도 떼지 못한 셈이다.
자원외교에 따른 대규모 부실, 앞으로 진행될 구조조정 등 석유공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부채비율 529%를 보였다. 자본잠식으로 부채비율을 산정하지 못하는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제외하고 35개 공기업 가운데 부채비율이 가장 높다.
석유공사처럼 자원외교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가스공사, 4대강사업으로 부채가 크게 늘어난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각각 부채비율 325%와 205%를 보였다. 공기업 가운데 500%대 부채비율을 지닌 곳은 석유공사가 유일하다.
자본규모는 2012년 11조 원에 육박했으나 올해 상반기 3조4천억 원까지 줄어들어 앞으로 순손실을 지속할 경우 자본잠식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석유공사는 2015년 연결기준으로 4조5천억 원, 2016년 1조1천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문재인 정부는 전문성을 전제로 대선 기간 도움을 준 정치인 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캠프인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석유공사가 3분기까지 네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내는 등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순이익을 낼 정도까지 나아지지 않은 만큼 석유공사의 어려운 경영환경은 논공행상을 원하는 인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석유공사는 10월 국감에서 의원들의 집중공세를 받는 등 앞으로도 자원외교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국회와 여론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석유공사 수장에 민간출신의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인 김정래 전 사장을 영입했으나 김 전 사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다 결국 10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석유공사를 이끈 강영원 전 사장 역시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지낸 민간출신었지만 현재 대법원에서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투자손실과 관련해 배임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주요 공공기관들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기 전부터 여러 인사가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과 달리 석유공사는 현재 이렇다 할 하마평이 나오지 않으면서 내부사정을 잘 아는 내부출신이 사장에 오를 가능성도 나온다.
석유공사는 이미 내부출신이 사장을 맡아 이끈 경험이 있다.
김정래 전 사장 전임인 서문규 전 사장은 30년 넘게 석유공사에서 일한 내부출신으로 2012년 8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석유공사를 이끌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