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파리크라상이 프랜차이즈 브랜드 파리바게뜨의 제빵사 불법파견 논란을 합작회사 설립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최근 본사와 가맹점주, 협력업체의 합작사를 세우기로 하고 제빵사들을 대상으로 처우개선과 휴일보장 등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직접고용을 지시했는데 파리바게뜨의 이런 해결책은 애초 원하는 결과가 아닐 것이다.
제빵사들도 모두 동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처우개선은 없고 불법파견 시정명령만 피하려 한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고 한다. 제빵사들의 고용이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 같다.
물론 SPC그룹의 어려움도 이해는 간다. 5300여 명에 이르는 제빵사를 모두 본사 직원으로 단번에 채용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파리크라상은 제빵사를 모두 직접고용할 경우 한 해 동안 600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파리크라상의 2016년 영업이익과 비슷한 규모다.
기업이 생존해야 직원도 살 수 있다는 말은 옳다. 직원이 행복하지 않는 기업은 영속할 수 없다는 말도 역시 옳다.
파리바게뜨 제빵사 불법파견 논란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분명 좋은 방향을 나아가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희망도 본다.
고용의 질을 유지해야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도 그 이름에 걸맞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명령을 받아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SPC그룹의 고민도 상당히 진지해 보인다.
SPC그룹이 행정법원에 고용노동부 직접고용 명령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도 저항하겠다는 뜻보다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는 해명도 충분히 납득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조급증을 엿보게 된 점은 씁쓸하기만 하다.
제빵사의 불법파견 논란은 파리바게뜨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랜차이즈는 강도만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파리바게뜨 제빵사 불법파견 논란의 해결은 프랜차이즈업계에 새 모델을 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서는 파견근로 자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보고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가를 다시 논의하는 계가가 될 수 있다. 파견근로는 ‘고용의 질을 나쁘게 한다’는 시각과 ‘고용의 유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대척점으로 두고 여전히 풀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숙제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고용노동부나 SPC그룹이 좀 더 머리를 맞대고 엉킨 실타래를 풀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남는다.
고용노동부가 직접고용을 명령하는 데에는 정권이 바뀌고 노동계 적폐청산을 위해 한 건 하겠다는 마음이 보이고 SPC그룹도 당장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심정이 읽히는 탓이다.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 개혁이라고 한다. 혁명은 단 칼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지만 더 큰 혼란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개혁은 혁명보다는 느리지만 성공하면 반석처럼 튼튼한 기반을 쌓을 수 있다.
개혁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조급증이다. 조급증은 개혁의 선의조차도 실종되게 만든다.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