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골치 아픈 일만 마주하고 있다. 기초연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무산돼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데 의사협회 파업까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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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
문 장관은 3일 대한의사협회의 총파업(집단 휴진)과 관련해 “국민동의를 절대 받을 수 없는 행동”이라며 엄정 대응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문 장관은 “의사협회의 현명한 판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며, 만약 불법파업과 진료거부 행위가 발생하면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1일 회원들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76.69%의 찬성표를 얻어 오는 10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의료 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에 반대하고 있다. 원격진료를 허용하면 시설과 장비를 갖춘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 심각해져 지방 의료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영리 자회사가 설립되면 의료 영리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원격진료의 편리함을 강조하며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영리 자회사 설립의 경우도 의료영리화가 아닌 사업 다각화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복지부는 의협이 겉으로는 원격진료 등에 반대하고 있지만, 내심은 의료수가를 올리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애초 이 문제는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함께 구성한 의료발전협의회가 다섯 차례 진행되면서 대화의 실마리가 잡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의료발전협의회가 발표한 협의안의 내용을 의협이 부정하면서 실타래가 꼬여버렸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복지부와 의료발전협의회의 합의안은 내용상 부실과 절차적 하자로 인해 의사협회 집행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총파업 투표를 강행했다.
이번 총파업은 그다지 위력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하루 동안 전일파업을 벌이기로 했으나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는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개원의나 전공의, 교수나 전문의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려 파업의 실제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대한병원협회는 “국민건강을 볼모로 하는 파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병원에 소속된 많은 의사들이 파업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복지부 행정처분 역시 파업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 복지부 장관은 국민건강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도 가능하다. 문 장관이 이미 여러 차례 엄정 대응 의사를 밝힌 만큼 법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의사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난마처럼 엉킨 실타래를 문 장관이 어떻게 풀 것인지도 주목된다. 힘들게 마련한 대화 창구였던 의료발전협의회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났다. 오히려 의협과 보건복지부의 갈등만 증폭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파업이 소규모로 벌어진다고 해도 14년 만에 시행된 의료파업인 만큼 보건복지부 장관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의협은 10일 전일파업에 이어 11일부터 23일까지는 환자 15분 진료하기, 전공의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하기 등의 준법진료와 준법근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후 24일부터는 필수 진료인력도 동참하는 집단휴진에 들어간다.
복지부는 파업에 대비해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이어지는 보건의료분야 위기경고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