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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연봉공개, 이건희 정몽구 다 피했다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3-03 19: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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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 기치를 내걸고 입법 진행했던 관련 법안들이 유명무실해졌다. 재벌들은 어떡하든 계열사 지분율을 낮춰 일감몰아주기 규제망을 빠져나갔고 연봉공개를 피하기 위해 등기이사직을 내놓는 시늉을 하고 있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오너 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 공정거래법이 지난달 14일 발효됐다. 개정 공정거래법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인 경우 오너 일가 지분율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 이전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 또 내년 2월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있어 오너 일가에 대한 위법행위 조사나 제재조치는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벌 그룹들은 합병이나 지분율 낮추는 방식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망을 빠져나갔다.


  일감몰아주기 연봉공개, 이건희 정몽구 다 피했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삼성그룹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삼성SNS와 삼성SDS를 합병하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인 삼성SNS를 삼성SDS에 합병하면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9월에는 삼성 에버랜드가 내부거래 비중이 낮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인수하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식자재사업을 떼어내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하향조정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해 내부거래 분을 해소했다. 이 외에도 허창수 GS그룹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STS로지스틱스와 승산레저가 합병했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가족이 대주주인 신록개발과 부영CNI,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가족이 대주주인 티시스와 티알엠도 합병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오너 일가들의 지분율 낮추기 행렬도 이어졌다.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이 현대그린푸드 주식을 일부 매각하면서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율은 30.5%에서 29.92%로 낮아졌다. 상장사 규제 대상 기준인 30%를 가까스로 벗어난 것이다.


세아그룹은 지난해 9월 8개 계열사를 6개로 줄이는 한편 이순형 회장 일가가 보유한 세아네트웍스 지분 25.23%를 지주사 세아홀딩스에 전량 매각해 규제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뿐 아니라 등기임원의 연봉 공개를 의무화한 자본시장법 역시 유명무실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연봉 5억 원이 넘는 상장사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오너일가가 등기이사에 등재돼 있는 기업은 모두 67곳(60명)으로 집계됐다.


기업 임원의 연봉 공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초부터 오너 일가들의 등기임원직 사퇴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3월 두산그룹에서는 박용만 회장과 박정원 지주부문 회장이 각각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같은 달 유통대기업 신세계와 롯데그룹 오너들은 각각 등기이사직과 대표이사직을 내놓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지 일주일 만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감몰아주기 연봉공개, 이건희 정몽구 다 피했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제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자 연봉 공개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후에도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과 부인 이화경 부회장,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 등이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최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제철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자 연봉 공개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오너 일가들이 표면상 등기임원직을 사퇴하지만 미등기이사직에 오르거나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 책임경영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여지가 생긴 탓이다. 한 재계 인사는 "연봉 공개 의무에서도 벗어나고 더 큰 문제는 경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죄 판결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갤러리아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자 법적 문제에 휘말린 재벌 총수들의 등기이사직 사퇴 여부에도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14조는 횡령죄 등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의 취업과 해당 기업체의 사업 인허가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유죄판결 받은 사람이 등기이사로 선임된 경우가 없어 이 조항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등기이사직 사퇴로 현재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최태원 SK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의 등기이사직 사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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