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여수 기름유출사고에 이어 지난해 경영성적도 나빠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 난국을 벗어날 묘수를 찾아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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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수 GS칼텍스 대표이사 부회장 |
허 부회장은 뿔난 여수 시민 달래기에 나섰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지난 26일 전남 여수지역 안보•보훈단체 등 29개 단체가 참여한 'GS칼텍스 원유부두 해양오염 시민대책본부'가 허 부회장을 고발했다. 또 GS칼텍스 제품 불매 운동까지 전개한다고 선언했다.
◆ 뒤늦은 사과와 기름 유출량 거짓말...여수 시민 더욱 뿔내
허 부회장은 고발되기 하루 전인 지난 25일 현장을 찾았다. 지난달 31일 사고가 터진 지 거의 한 달만의 방문이었다. 허 부회장은 이날 전남 여수시 여수해양항만청에서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했다. 허 부회장은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초기대응과 수습 과정에 대한 질책을 달게 받겠다. GS칼텍스는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가 너무 늦었던 것 같다. 허 부회장의 대처는 최근 카드사의 정보유출 사태나 경주리조트 사태에서 보여준 관련 업체 CEO들의 신속한 사과 모습과 크게 대비됐다. 사건 초기 당시 윤진숙 해수부 장관이 “GS칼텍스도 1차 피해자”라고 주장할 때도 GS칼텍스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윤 장관이 경질되고 여론이 악화되자 사고 후 11일이 지나서야 언론에 사과문을 실었다.
게다가 논란이 됐던 기름 유출량도 결국 GS칼텍스의 거짓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수해양경찰서는 28일 기름유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GS칼텍스의 허위진술과 서류조작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해경이 압수수색을 통해 발표한 최종 기름 유출량은 최고 75만리터에 이른다. 이는 GS칼텍스가 사고 초기 800리터라고 밝혔다가 16만리터로 정정한 추정량보다 5배나 많다.
허 부회장이 제시한 보상금액도 여수시민의 화를 돋았다. 허 부회장은 "지역수산물 7억원 어치를 구매하고 20억원 상당의 방제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광양, 남해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고 기름유출량도 당초 예상보다 많아진 점을 감안하면 너무 적은 액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GS칼텍스는 ‘부도덕한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수 시민들은 지난 1995년 GS그룹 소속이었던 호남정유 ‘시프린스호’ 유출 사건의 기억을 떠올리며 GS칼텍스의 대책에 분노하고 있다. 여수시민들은 20년 전 사고 당시에도 호남정유가 사고상황을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자원봉사를 거부하면서 사후대책을 보험회사에 떠넘겼다고 주장한다.
◆ 적자 전환, 신용등급 하락… 악재들 한꺼번에 겹쳐
허 부회장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는 것은 실적 부진이다. 허 부회장이 2012년 12월 취임한 후 GS칼텍스의 실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허 부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일상화됐고 생존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업계 최고의 성과 창출'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하며 순손실 1031억 원을 떠안게 되었다. 이는 GS그룹 전체의 손실로 이어졌다. GS그룹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조3천882억 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79% 급감해며 290억 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과징금과 환차손, 재고평가손실이 한꺼번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신용도도 하락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지난 7일 GS칼텍스에 대한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한단계 내렸다. Baa3는 국내 신용평가사 기준으로 보면 ‘BBB-’로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다. 무디스는 강등사유로 GS칼텍스의 석유와 파라크실렌부문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무디스는 “중국, 인도 등의 설비증설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강등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허 부회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GS칼텍스 이사회 의장인 허동수 회장과 사촌이다. 1986년 GS칼텍스 재무과 과장으로 입사해 2001년 GS칼텍스 경영전략본부 부사장이 됐다. 2006년에는 GS칼텍스 생산본부 사장을 맡는 등 28년간 GS칼텍스에서 정유영업•생산•석유화학본부를 모두 경험했다.